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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Apr 10. 2024

생활지도를 고민하다 내가 내린 결론

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교사들에게 학기 초 생활지도는 참 중요하다. 1년 농사 준비가 밭 갈기부터라면 학급에서 1년 학급살이 준비는 생활지도라고 생각한다. 이는 학급 내에서 만들어지는 문화로 연결된다. 그렇기에 학기 초 생활지도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우리 학급에서 지켜야 할 경계를 세워주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실에는 세 부류의 학생이 존재하는 듯하다. 다수의 평범한 학생들, 소수의 잘하는 학생들, 그리고 많은 관심과 지도가 필요한 소수의 학생들.(관심과 지도가 필요한 소수의 학생들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세심한 관심과 지도가 필요한 학생들과 꾸준히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들로 나눌 수 있다.)


다수의 평범한 학생들은 교사의 지도를 적당히 따르고 규칙과 질서를 지키려고 애쓴다. 소수의 잘하는 학생들은 스스로 잘 길든다. 이런 학생들은 어느 교실을 가도, 어떤 교사를 만나도 잘한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 길드는 학생들이다. 좋은 습관을 가진 학생들이다. 그리고 몇몇 학생들은 교사가 어떤 것을 중요시 여기는지 그리고 그 선이 어디까지인지를 확인한다. 어떤 교사를 만나더라도 경계를 조금씩 넘나드는 학생들이다. 때때로 규칙과 질서를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을 한다.


빈도의 차이와 학생 수의 차이는 있다. 세 부류의 비율과 강도가 조금씩 다를 뿐이지 어느 학급을 맡아도 크게 세 부류의 학생이 존재한다. 어쩌면 학급경영의 성공과 실패는 어떤 학생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제일 크다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 부류의 학생들이 많을수록 실패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번째 부류의 학생들을 지도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의 문제를 가정에서 크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3월부터 새 학급을 맡으면서 학생들과 래포형성을 하며 생활지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생활지도를 해도 변하지 않는 몇몇 학생에게 또다시 생활지도를 했던 어느 날, 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생활지도를 하고 이것이 아이의 기분 나쁨으로 정서학대로 몰리는 것은 아닐까를 생각하고 있던 내 모습에서 화가 났다. 그런 생각을 할 것이면 생활지도를 하지 말던가, 왜 열심히 지도해 놓고 집에 와서 괜히 열심히 지도했나를 걱정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한심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 결심했다.


다시는 이렇게 뒤돌아서서 생각할 생활지도는 하지 말자고. 그리고 필요한 생활지도를 했는데도 민원사항이 생긴다면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꼭 필요한 생활지도조차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내가 교실에서 가르칠 게 없다. 학교는 존중과 배려,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들을 가르쳐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적인 것을 가르칠 수 없는 곳이라면 내가 있을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더 너그러워지고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서 꼭 필요한 생활지도를 하되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학생에게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고 다음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생각한다면 그렇게 믿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편안해지고 숨쉬기가 편안해졌다. 하루하루를 걸림이 없게 보내기로 했다. 내 마음에 걸림이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게 나의 목표다.


학생들을 마주한 그 순간들은 학생들을 바라보고 가르치고 좀 더 좋은 말을 많이 해 주고 더 많이 관심 가져주기로 했다. 생활지도를 해도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더 많이 웃어주고 덜 무표정하기로 하니 나 스스로가 더 마음에 들었다.


난 요즘 날마다 웃고 다닌다. 화를 내지 않는다. 다만 가끔 정색하고 이야기할 뿐이다. 바꿀 수 있는 건 나 자신 뿐이라는 것을 더욱더 깨달아간다. 그래서 나를 더 바꾸기로 했다. 더 너그럽고 더 따뜻하게. 그렇지만 단호함이 필요할 땐 단호하게.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니 문제의 답이 나에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은 나를 잘 갈고닦는 일뿐이다. 내 마음의 평화가 오로지 나에게 달렸다는 것을 이제야 더 확실하게 깨달았다. 법륜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수행할 뿐이라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 자신을 갈고닦는 일, 오직 수행할 뿐이다. 그래서 더욱더 진인사대천명!


나처럼 생활지도에 애쓰는 교사들에게 나의 고민이 하나의 선택지가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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