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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May 03. 2024

업무 관련 규정은 내 입맛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얼마 전 백화점 팝업 스토어에 '만석 닭강정'을 팔고 있었다. 손님 한 분이 환불해 달라고 막무가내 요구를 하고 있었다. 직원은 판매된 음식을 그 자리에서 환불한 것이 아닌 외부로 나갔다 왔기에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계속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이가 있는 손님은 내가 먹지도 않았고 자녀를 사다 주려 했는데 안 먹는다고 했다. 아무도 먹을 사람이 없으니 환불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고작 5분인데 그 5분 지났다고 환불이 안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직원은 5분이 문제가 아니라 음식은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가면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계속 말했다.


이 뒷이야기는 모르겠다. 직원 보고 백화점 직원을 불러오라고 했기 때문에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이 상황을 바라보며 우선 환불을 요구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몰랐으니까. 식품 판매에 대한 규정을 몰랐으니까. 하지만 직원이 판매한 음식에 대해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그것을 수용하는 태도에서 매너가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몰랐던 것을 요구해 볼 수는 있지만 규정이 아니어서 안 된다면 알겠다고 하며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르겠다. 누군가는 그럼 호구되는 것이라고 하려는지.


나는 아이들에게 학급 내에서의 지켜야 할 규칙은 우리 사회에서 지켜야 할 법과 같다고 설명한다. 우리 모두가 함께 배려하며 살기 위해 만든 최소한의 강제적인 규칙이 법인 것이다. 학급에서 규칙을 지키는 것을 쉽게 어기는 학생들을 보면 규칙을 지키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부모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규칙을 지킬 때 부모의 편의에 의해서 지켰다가 지키지 않았다가 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을 것이다.


학교의 규칙은 강제성이 덜하다. 은행처럼 문 여는 시간, 닫는 시간이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일까

하이톡으로 퇴근시간 이후에 휴일에 학생의 출결과 관련된 것들을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퇴근 시간 이후라면 업무 종료 시간이 지난 것이다. 재량휴업일이라면 휴무일인 것이다. 이럴 때 전해진 것이 출석 인정과 연관된 것이라면 과연 그것을 인정해 주는 것이 맞는가 싶다. 인정해 주지 않으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인정을 해주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럼 이 과정이 그 학생에게 도움이 될까?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계속 허용을 해주게 된다. 규칙이 규칙 답지 못하게 된다.


아이들이 학교나 학급 내에서 정해진 약속들을 잘 지키지 못하는 이유가 이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어른들이 있어서라는 생각이 든다. 학급에서부터 작은 약속이라도 잘 지키는 연습을 하지 않았기에 더 큰 규칙을 지키는 것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 마음대로 규칙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주민센터, 학교, 세무서 같은 공공기관에 가면 민원인들이 자기들의 편의에 맞게 해결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규칙대로 하는 것이다. 떼를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학급 내 규칙을, 학교 내에서 규칙을 지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결과는 앞으로 사회에서 더 크게 그 값을 치를 것이라 생각한다.


자녀가 학교에서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불이익이 생기거나, 불편함이 생긴다면 기꺼이 그 불편함과 불이익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부모가 먼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넉넉한 여유가 있어야 한다. "네가 이 부분을 어겼기에 당연한 거야. 속상하지만 받아들여야 해. 대신 다음에 그러지 않으면 되잖아. 이번에 알아서 얼마나 다행이야." 그렇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그것을 계기로 새롭게 익히는 자세를 가르쳐 주는 부모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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