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봄의 나무는 색이 참 이쁘다. 연한 잎에서 파릇파릇한 에너지가 느껴지고 맑은 연둣빛은 마음마저 설레게 한다. 꿈꾸고 싶게 하는 색이다.
비 오는 주말 아침, 글 한 편 쓰고 아침 먹고 사춘기 둘째에게 실없는 말을 하다가 학원에 데려다주고 피부과에 가서 피코 토닝을 받고 오는 길에 연둣빛 파릇파릇한 나무를 보고 잠시 설렜다.
봄이다. 완연한 봄.
빽다방에 들려 내가 좋아하는 바닐라 라테를 한 잔 사 오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빽다방 옆 스타벅스에 앉아 비 오는 거리를 구경하는 사람이 보였다. 스타벅스에서 테이크아웃하지 않고 빽다방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했다고 내가 아쉬울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 그렇지 않지. 내 만족으로 사는 거니까. 나는 이 순간 빽다방 커피로도 너무 즐겁다.
순간 내가 요즘 글을 쓰지 못한 이유가 지금 내 안에 차오르는 평화 때문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굳이 글로 쓰지 않아도 내 안에서 샘솟듯 나오는 그 마음 덕에 괜찮아서 입 밖으로 마음 밖으로 말과 글을 꺼내놓지 않아도 괜찮아서.
그 마음이 뭔지 몰랐는데 그랬던 것 같다. 예전에는 글로 써내고 말로 이야기를 해야 속이 풀리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내 안에서 솎아버리는 느낌이다. 물론 다 그러지는 못하겠지만. 예전보다 달라진 것은 내 안에서 정리를 한다. 그리고 무엇이 나에게 맞는지 결정을 한다. 조언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내 마음을 더 잘 들여다보면 해결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미워하는 마음이 들려고 하면 한 번 욕하고 마음속에서 비워낸다. 욕하는 것마저 안 하면 좋겠지만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니까. ^^;;; 내 마음에 내가 마음 두기에 아까운 사람들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그냥 흘려보내기.
그야말로 '그러라 그래'다. 그가 뭘 하든 뭔 상관이야. 나는 내 갈 길 가는 거고 내가 좋아하는 것 하는 거고
내가 해야 할 일 하는 거지. 그리고 이왕 하는 것은 잘해서 나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일을 하고 싶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그래서 좋다. 학생들의 삶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에. 학급의 다양한 활동을 할 때 내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주체성, 그렇기에 각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그다음으로 존중과 배려다. 솔직히 우선순위를 나눌 수는 없다. 각자의 책임을 다하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지내자라고 말한다.
학기 초 한 아이가 내 첫인상을 이야기할 때 "선생님은 정직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 말 덕분에 아이들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정직해 보인다'이다. 그래서 정직하게 생활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믿어주니까. 생활지도를 하며 속상한 날도 많지만 아이들 덕분에 살맛 나는 날들도 있다. 그런 날들을 잊지 못해서 교사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꿈을 꾼다. 그 꿈을 꾸며 실험을 한다. 올해는 내가 많이 내려놓으면서 무리 없는 학급경영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아이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선생님은 여전히 꿈을 꾼다. 선생님의 생각이 너무 이상적일지 모르지만 선생님은 여러분이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서로를 위해 규칙을 지키고 질서가 있는 우리 반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친구는 안 하는데 나만 청소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거야. 그런데 그거 네가 잘하는 거야. 친구가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거지. 너는 너의 몫을 잘하고 있는 거야. 그거 선생님이 알아. 선생님이 말을 안 하지만 너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다 알고 있어. 선생님은 언제나 너희들을 지켜보잖아. 그러니 너의 손해라고 생각하지 마. 이렇게 자신의 몫을 잘하는 사람들은 더 큰 나(무의식의 나)를 더 잘 가꾸는 거야. 그럼 작은 나(보여지는 나)가 조금씩 변하게 돼. 네가 한 행동은 어디에 안 가. 그러니까 우리 자신의 몫을 잘하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자. 규칙은 서로를 위해 지키는 거야. 알았지?"
이 말을 알아듣는 학생들을 위해 해준다. 이 말을 알아듣는 학생들이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 갈 것이라 생각하며.
문득문득 일에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를 지금 버티게 하는 것은 교사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다. 재잘재잘 나를 잘 따르는 아이들을 볼 때면 내가 조금이라도 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너무 거창하지 않아도 그냥 작은 쓸모 있음에 감사를 느낀다.
우리 아이들에게 더 많이 가르쳐야 할 것은 '함께 살아가기'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가르칠수록 더 많이 든다. 그것을 부모들이 먼저 실천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