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감을 이기는 법,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교사로서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은 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을 때이다. 학교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가정에서도 함께 노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학생이 아무런 의지도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무력감을 느낀다. 생활지도가 어려운 학생보다 무기력과 누적된 학습 부진으로 학습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무력감을 더 느낀다. 그 아이들을 구제할 방법이 너무 없어지고 있어서다.

예전에는 학습을 다 못하면 남겨서 지도하고 어르고 달래고 안 하면 안 된다고 엄하게 말도 하면서 가르쳤다. 가정에서 무관심하기에 학교에서라도 그렇게 가르쳐야 아이를 조금이라도 성장시킬 수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라면 구구단은 무조건 외우게 해서 3학년으로 올려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교과보충수업이 아닌 이상

남겨서 학습지도를 하는 것도 어르고 달래고 엄하게 가르치는 것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계속 1대 1로 말을 하고 이름을 불러야 겨우 뭐라도 한다. 

이 안타까운 현실에서 가끔씩 무력감에 내가 과연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하곤 한다. '학교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 조금은 가능하지만 수많은 것들이 가정에서 정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서만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갔던 내가 그래도 지금 이렇게 교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외면한 선생님도 계셨지만 나를 많이 아끼고 잘 가르쳐 주신 선생님도 계셨다. 그 시절은 못하면 남았고 선생님들의 말씀을 무조건 듣던 시절이었다.

분명 아이들은 가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가정에서 돌봄을 잘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학교에서의 교육은 아주 중요하다. 많이 힘들겠지만 교사로서 조금 더 너그럽게 따뜻하게 지도해야 할 아이들은 이 학생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제 운동장 활동을 하는데 선크림을 바르고 오라는 안내를 하지 않은 교사에게 아동학대 아니냐고 한 학부모의 글이 담긴 신문 기사를 보았다. 아이를 옥이야 금이야 키우는 부모일 것이다. 그런 학부모의 아이는 크게 걱정이 되지 않는다. 학교가 아니어도 학원에서 가정에서 아주 많은 사랑을 받고 부족한 공부도 아주 많이 받을 것이니까. 하지만 그런 부모가 없는 아이는 학교가 아니면 상식이 살아있는 교육을 받기가 어렵다.

나는 선크림 관련 학부모로 인해 더욱더 마음이 차가워져야 안전해지는 교사로서의 현실이 걱정이 된다. 사랑이 흘러가야 할 자리에 흘러가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이 현실이 안타깝다. 안타깝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욱 사무적으로 바뀌어야 할지 모른다. 시대가 변하는 것이니까. 교육만 이렇게 변하는 것이 아니니까.

일반 회사도 노동부 신고하겠다는 신입사원이 많아졌다고 하니까. 교사들만 힘들게 아니라고 말하니까.

이런 기사의 댓글을 보며 세상을 바라본다. 다 힘든 시간,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구나. 교사들만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다들 날카로워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남들을 바라보면 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 그런 민원을 너무 크게 바라보면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렇기에 나만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내가 바라볼 학생들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내 사랑이 어디로 흘러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바꾸려고 하지 말자. 시대의 흐름이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무력감에 빠지지 않는다. 법 안에서 적당한 온도로 일하되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하고자 한다. 할 수 있는 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