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좋은 책의 기준은?
-삶에 관해 말하는 책. 그냥 말하는 게 아니라 깊이 있는 시선으로 진솔하게 말하는 책.
영주는 민철 엄마의 벌게진 눈을 떠올리며 다시 답을 해봤다.
-삶을 이해한 작가가 쓴 책. 삶을 이해한 작가가 엄마와 딸에 관해 쓴 책, 엄마와 아들에 관해 쓴 책, 자기 자신에 관해 쓴 책, 세상에 관해 쓴 책, 인간에 관해 쓴 책. 작가의 깊은 이해가 독자의 마음을 건드린다면, 그 건드림이 독자가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그게 좋은 책 아닐까.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클레이하우스
황보름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자세하게 풀어써야 한다는 것이다. 1부터 10까지 센다면 하나하나 소수점까지 세어가며 촘촘하게 세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나는 글을 듬성듬성, 건너뛰기하며 썼다. 내 감정에 빠져 쓰느라 어느 부분은 촘촘하고 어느 부분은 건너뛰기하며 친절하지 못한 글을 썼다. 나 혼자 읽는 글로는 괜찮았지만 남들이 읽기에는 불편한 글이었고 불친절한 글이었던 것이다.
문제의 상황에서 내가 고민하는 것이 있다면 더 자세하게 써야 한다. 내가 바라보는 관점을 세밀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다. 두려움이라면 막연하게 두려움이 아니라 어떤 두려움인지도 써야 한다. 그런 것들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한 사람이 문제를 풀어나가며 거기에서 느꼈던 감정들이나 다양한 일들을 진솔하게 전한다면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는 이의 마음을 건드리기가 쉬운 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황보름 작가의 [매일 읽겠습니다]를 읽으면서 내 가슴속에서 답답하던 것들이 어느 순간 풀리기도 하여 참 좋았다. 책을 읽다 말고 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책을 몇 번이나 덮었다. 한 편의 글을 쓰고 다시 읽기를 반복했던 황보름 작가의 책을 보면서 내 글이 화려하거나 아주 섬세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나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을 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 주는 위로와 공감, 그리고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