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땐 기분 좋은 것들을 하나씩 꺼내보기로 했다

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by 쓰는교사 정쌤

요 며칠 힘들었다. 왜 힘이 들었을까 생각해 보니, 아이들에게 기대를 많이 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이 변화하길 기대했다.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우리 반 아이들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랐던 것 같다. 그 바람이 기대로 이어졌고 그 기대로 인해 기운이 빠졌다.


5월이 지나고 날이 더워지면 아이들이 새 학년에 적응할 것 다해서 그 아이들의 본성이 드러난다. 3, 4월 살짝 움츠렸던 자신들의 모습을 이제는 기세 당당하게 펼친다. 어쩌면 생활지도는 이제부터 본격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생활지도를 흐린 눈 하고 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게 그렇게 될 경우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어느 순간 상식적인 행동들을 하는 아이들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상식이 깨지는 순간 교실 붕괴가 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고 경계를 세워주는 게 중요하고 그것을 겨울 방학식 하는 날까지 지켜야 교실이 어느 정도 질서를 유지하며 평화로울 수 있다. 단 예외는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힘든 학생이 있으면, 거기에 힘든 학부모까지 있다면 평화로운 학급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에서야 인정했다. '나의 기대가 컸다'는 것을. 내가 또 나를 과대평가했다. 힘든 학년이라고 모두들 말했건만... 쉽게 변하지 않을 것임을 인정하고 질서를 존중하고 친구들을 배려하는 학생들을 조금 더 지지해 주는 방향으로 내 마음을 다잡았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탁구를 가며 하늘을 쳐다봤다. 내가 좋아하는 하늘이 오늘도 참 예뻤다. 그 순간 시원한 바람과 나뭇잎 향기가 코를 스쳐 지나갔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니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준 바람과 햇살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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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들어 하늘 사진을 찍으며 다시 기운을 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다이어리를 살펴보다가 예전 가르친 아이가 준 네잎클로버를 봤다. 내게 행운을 준 그 아이를 떠올려본다. 나를 좀 더 나은 교사로 거듭나게 해 준 아이들이 생각났다.


힘이 들 땐 기분 좋은 것들을 하나씩 꺼내보기로 했다. 내가 가진 기쁨들을 하나씩 발견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찾은 기쁨을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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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가르쳤던 아이가 2021년 스승의 날에 준 네잎클로버, 다이어리 속지에 붙여서 다닌다. 매년 떼었다 붙인다. 마음이 통했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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