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교사 정쌤 Jun 08. 2024

뭐가 되든 상관없이, 잘했어

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작년 너무 힘들 때,ㅇㅈ언니가 내게 해 준 말이다.


00아, 소나기는 피하고 보는 거야.
그래야 네가 살지.
우선 피해. 그리고 살아.
지금 속상한 거 너무 힘들겠지만 하늘이 다 알아.
네가 벌을 안 줘도 하늘이 줄 거야.
그러니까 소나기를 피하고 봐.
그리고 뭐가 되든 상관없이, 잘했어.
지금 네가 선택한 게 맞아.
잘했어.


언니와 통화를 끝내고 언니가 해 준 말들을 포스트잇에 옮겨 적었다. 내가 비겁해서 피하는 게 아니라는 것. 소나기를 굳이 맞지 않고 잠시 피했다가 가도 된다는 것을 기억하려고 애썼다.


내가 벌을 주지 않아도 하늘이 알아서 벌을 줄 것이라는 것, 남들에게 이 말이 가벼웠을지 몰라도 나는 위로받았다. 이런 말들을 내 안에 차곡차곡 담아서 어려운 순간들을 잘 지내왔다. 갑질한 사람을 신고하지 않고 사과를 받고 나서 나는 더 가벼워졌다. 원래 성격의 밝음과 함께 시련을 견뎌온 자의 단단함과 여유까지 갖추게 되었다.


내 마음속에 미움이나 복수를 위한 방을 만들지 않아서 정말 좋다. 나의 에너지를 좋은 것에 쓸 것이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 나에게 소중한 일들에만 쓰기로 했다.


요즘 내 안에 넘치는 사랑과 평화를 충분히 나누고 싶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친구들, 동료들, 그리고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내가 너무 하고 싶은 일들에 충분히 다 쓰고 싶다.


시련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 같다. 내 말이 어떻게 상처가 될지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말도 칼이 되어 사람을 후벼 팔 수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욕심부리고 열심히 살면 다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지금 실패했다면 노오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다 그렇지 않음을.


우리 모두의 자리는 최선의 자리라는 것, 차선을 선택했다는 것 또한 최선의 자리라는 것. 그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자신의 의지 이런 것들이 모아진 결과가 차선을 만들었을 테니까. 


누군가로 인해, 상처를 받아서 살고 있다면 그것을 되받아 칠 힘이 없다면 소나기를 피하듯 잠시 피했다 가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다 괜찮다고. 상처투성이 몸은 우선 치료해야 하니 잠시 나만 생각하기를 바란다. 언제든 사과를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내 마음이 온전히 괜찮은지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으면 좋겠다. 


상처투성이 내가 온몸을 던져 싸우지 않게 해 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나는 지금 너무 자유롭다. 침묵이 더 값지다는 것, 시간이 걸려도 나를 증명하는 것은 나의 말이 아닌 행동이고 일관성 있게 보낸 시간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니 자신을 먼저 챙기고 돌보기를 추천한다.


"뭐가 되든 상관없이, 잘했어."

스스로에게 해주는 말이길.




작가의 이전글 힘들면 잠시 쉬어도 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