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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Aug 25. 2024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고수리 작가의 [마음 쓰는 밤]을 끝까지 읽었다. 글쓰기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다른 책과 이 책이 다른 점은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내 안에 일렁이던 쓰고 싶은 마음이 어디에서 왔는지, 왜 시작되었는지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안의 상처들을 봤다. 아픔이 커서 이야기하지 못하다가 조금씩 아물어가니 꺼내지 않고는 못 배기는 때가 된 것이었다. 


천천히 꺼내면서도 이렇게 꺼내도 되나 고민을 했고 그러면서도 다양한 강의를 들으면서 이 삶에서 도피할 생각을 했다. 2022년, 2023년의 아픔이 나에게 글을 쓰게 만들었다. 글을 쓰면서 나를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말하지 못하는 아픔들이 있다.


엄마이자 프리랜서인 작가의 고뇌를 적나라하게 전하는 작가의 글에서 그의 고통이 나와 다르지 않음을 느끼고 거기에서 위로를 얻었다. 나와 닮은 살고자 하는 이의 발버둥이 느껴졌다. 그리고 작가의 말을 내 안에 차곡차곡 쌓았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흔들릴 때마다 꺼내 보면 계속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지켜내는 일, 나에겐 숨 쉴 수 있도록 틈을 벌려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엄마 작가로 살아가겠다는 작가의 다짐을 보며 나도 그렇게 엄마 작가로, 그리고 교사 작가로 살아가 보겠다고 다짐했다. 아름다운 글을 쓰지는 못하겠지만 내 마음을 담은 글, 내 삶을 담은 글은 쓸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글을 쓰며 나를 지켜내고 내 자녀들을 키우고 내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패티 스미스는 [몰입]이란 책에 이렇게 썼어요.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합창이 터져 나온다. 그저 살기만 할 수가 없어서." 당신의 글이 그랬어요. 그저 살기만 할 수가 없어서 터져 나온 글이었어요. 지금처럼 마음을 쓰세요. 견딜 수 없어서 터져 나오는 내면의 목소리를 쓰세요. 우울하고 슬프고 아팠던 나의 이야기도 모두 나의 것. 그저 나를 위해 쓰세요.

명심해요. 슬픔과 당신은 동의어가 아닙니다. 매일 아침, 근면하고 성실하게 출근하는 당신은 잘 웃고 명랑하고 감탄하는 사람이에요. 보이지 않는 슬픔이 가장 클 뿐, 그보다 더 복잡하고 다채로운 마음이 넘치는 사람입니다. 다른 누구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해 마음을 글로 쓰길 바라요. 

[마음 쓰는 밤]- 고수리 작가, 창비, 236-237


일기 쓰기와 리추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그때 나에게 글쓰기는 삶의 구김살을 펴는 일이었다. 막무가내 불행이 내 삶을 힘껏 구긴다고 하더라도 나는 정성을 다해 구김살을 펴보고 싶었다. 

[마음 쓰는 밤]- 고수리 작가, 창비, 243


'쓰고 싶다'라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돌고 돌아 지금은 매일 쓰는 사람이 되었다. '잘 쓰고 싶다'라는 바람은 여전한데 의미가 달라졌다. '아름답고 훌륭하게' 잘 쓰는 게 아니라 '유감없이 충분하게' 잘 쓰고 싶다. 기능 말고 마음으로. 타인의 평가 말고 나만의 중심을 지키며 잘 써보고 싶다.

[마음 쓰는 밤]- 고수리 작가, 창비, 175


왜 금요일 밤마다 울면서 글쓰기를 갈망했는지 선명해졌다. 나는 나 자신을 지키고 싶었고, 내 인생의 다른 모든 것으로부터 엄마 역할도 지키고 싶었다. 이제야 좀 후련해졌다. 벌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글 쓰는 엄마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 유명하지도 않고, 아이가 둘인 프리랜서 작가는 더욱 고달프다. 그래도 계속 쓰고 싶다. 금요일 밤마다 울더라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더라도. 밥벌이 안 되는 글을 쓰더라도. 나는 계속 쓰고 싶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엄마 역할을 지키기 위해. 

[마음 쓰는 밤]- 고수리 작가, 창비,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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