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최근 읽은 책은 임경선 작가의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문유석 작가의 [개인주의자 선언]이다. 세 권의 책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언급되고 있다. 임경선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이자 문유석 작가가 부러워하는 사람이 무라카미 하루키인 것이다. 다른 사람의 글에서 언급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습을 보고 또 그가 달리기를 하며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글을 읽으면서 나도 나의 삶을 나에게 맞게 살아가면서 성실하게 잘 살아내고 싶어졌다.
성실하게 달리기를 하고 있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이 좋았다. 포니테일을 하고 호전적인 발 동작으로 달리기를 하는 하버드대 학생을 바라보며 자신의 모습을 담백하게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이 좋았다. 그저 나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생기는 담백함이 아니다. 자신에 대한 성찰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그런 편안함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글을 읽으면서 나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전보다 내가 무슨 행동을 할 때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행동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화가 날 상황이 되었을 때도 잠시 멈춘다. 물론 모든 때에 그러지는 못한다. 하지만 예전보다 더 자주 멈출 줄 안다. 그리고 나를 위에서 바라본다.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이 맞아? 어떤 모습의 나를 원해? 그렇게 행동해 보는 건 어때? 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글쓰기가 뜸했던 이유는 내가 글을 쓰기로 했으니 그냥 쓰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 본 것이다. 잠시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어봤다. 그냥 쓰면 쓸 수 있었지만 잠시 묵히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맞는지, 무엇이 되지 않아도 글을 쓴다는 것이 괜찮은 것인지, 그저 휩쓸린 글쓰기는 아닌지를 생각해 보고 싶었다.
나에게 꼭 맞는 옷을 사는 것처럼 글도 남들이 쓰니까 쓰는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지를 생각하며 쓰고 싶었다. 여전히 나는 나에 대해 관심이 많고 나를 더 잘 가꾸어 잘 키우고 싶다. 나 스스로 잘 자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더 좋은 것들을 나에게 주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와 글쓰기가 참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을 잠시 쉬는 동안에도 일기를 썼고 비공개 글을 조금씩 썼다. 다만 공개된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 보이기 위한 글을 쓰는 것을 경계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지금은? 생각이 정리되어 간다. 그리고 그 생각을 또 글로 정리하고 싶어졌다.
나에게 글쓰기는 내 안에서 시작된 것이고 내 안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야구 관람을 하다가 소설을 써야겠다 생각한 것처럼 장강명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글을 한 번 써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고 하나의 방향성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나는 이 과정에서 나를 잘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글은 내 안의 열정의 온도를 올려준다. 어떤 글은 내 안의 잠자고 있는 본능을 깨워준다. 어떤 글은 나에게 드넓은 세상을 꿈꾸게 한다. 어떤 글은 내 안의 모든 것을 긍정하며 그래도 괜찮다고 다독이고 일어나게 해 준다. 최근 읽은 책들은 내 안의 모든 것을 긍정하게 하고 내가 조금 더 내 안에서 나를 찾아도 괜찮다고 다독였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하루씩 하루씩 쌓아가다 보면 내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에 관한 책을 쓰려고 생각하고 책을 내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차인표 작가의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이란 책도 구상을 하고 세상에 나오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처음부터 10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것을 품고 어떻게 해볼까를 생각하며 할 수 있는 것들을 때에 맞게 하다 보니 그런 시간이 걸린 것이다. 무엇이 될 것이라면 된다. 다만 거기에 중요한 것은 끝까지 놓지 않는 마음일 것이다.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고 인내심이고 집요함이고 끈기인 것이다. 그런 마음이 생기기 위해서는 내 안에서 솟아나지 않으면 그렇게 긴 세월을 품고 다닐 수가 없다.
나이를 숫자로만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마음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자녀를 키우며 가정을 꾸리며 온전히 내가 쓰는 시간이 가장 부족한 엄마의 삶에서 낼 수 있는 시간을 조금씩이라도 모아가는 게 필요하다. 남을 탓할 것도 없고 내 신세를 한탄할 것도 없다. 내가 가능한 시간을 조금씩이라도 나를 위해 갖는 것, 그것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하면 된다. 시간은 지금도 너무 성실하게 가고 있다. 나의 시간도 남들이 보고 있든 보고 있지 않든 그렇게 뚜벅뚜벅 걷는 속도로 꾸준히 성실하게 가길 바란다. 그렇게 시간을 쌓아 올리고 내 안의 나도 쌓아 올려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