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지니>님의 글
다양한 분야의 독서모임과 더불어, 독서모임을 하며 있었던 재미있는 경험들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열혈 독서 마니아’와 ‘책이라면 노관심’의 중간쯤에 걸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서모임이 아니라면 만나기 어려울 듯한 이벤트.
작가와의 만남을 기획해 보셨나요?!-
나는 그동안 4개의 독서모임을 거쳐왔다.
시시 컬컬하게 보낼 뻔한 외국생활의 윤활유가 되어 준 첫 번째 독서모임.
귀국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았던 동네맘들과의 독서모임.
재테크에 관심 가지며 참여하고 있는 경제독서모임.
우연히 함께 하게 되었는데 마음이 잘 맞아 글쓰기도 함께 하고 있는 교사들의 독서모임. 책모닝까지.
지금 소개할 모임은 귀국해서 우리 동네로 정착하자마자 수소문해서 들어간 동네맘들 중심의 독서모임이다. 책의 장르를 특별히 정해두진 않았지만 주로 소설, 수필, 어떨 때에는 벽돌책까지 다양한 책들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당시 내가 살았던 지역은 10년이 채 안된 신도시로, 지자체에서 다양한 모임들을 지원하는 정책이 있었나 보다. 평소 성격 같았으면 관심을 두지 않았을 텐데 독서모임을 하다 보니 나와는 다른 성격의 사람들을 종종 만나고, 공동의 관심사를 두고 있어서인지 호의를 가지고 그분들을 대하게 된다. 이 모임에서도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해보려는 멤버가 있어 우리 지역에서 지원하는 모임 진흥 사업에 지원서를 내었고, 선발되었다! 우리 모임이 기획했던 사업은 바로 “작가와의 만남” 지역 내 혹은 인근 지역 작가를 섭외하여 내가 사는 지역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가지는 것이 기획의도였다. 전년도에 기획서를 제출, 선정 후 다음 해에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사업을 시행하는 그 해가 바로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 첫 해였다. 과연 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까?! 사업방향을 틀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 걱정하는 멤버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는 못할지라도 일종의 우리 모임을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추진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세상은 결국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서 변화한다.
우리는 지역 인근 대도시에서 터전 잡고 계신 “이기호” 작가님과 만남의 장을 마련하였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를 읽고, 지역맘 카페를 통해 홍보를 했지만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우리 멤버들과 지인들끼리의 작은 축제의 장이 되었다. 유독 여성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나는 정작 이기호 작가님을 이때의 이벤트를 통해 처음 알았다. 작가님을 모셔놓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 있을 수만은 없기에 미리 작가님의 책을 부지런히 읽었다. 글에서 느껴지는 위트와 인간미에 메인 책 이외 이기호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으면서 나의 독서 취향도 스펙트럼을 한층 넓힐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건 ‘인근 지역’에 거주하여 생활권을 같이 하는 작가의 강연이라는 데에서 오는 특별함이다. 책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강연이지만 사이사이 작가의 일상과 글쓰기에 대한, 삶에 대한 철학이 이야기 속에 녹아 나오기 마련인데 그 안에서 들리는 익숙한 지명과 일상이 묘하게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 속에서 합을 찾아 일을 진행하는 과정을 보고 느끼며 “태도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악천후 속에서도 긍정의 빛을 보며 추진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직장에서 일을 때와는 또 다르게 이 모든 상황을 아우르며 강연회를 추진할 수 있었던 건 ‘독서모임’ 속에서 ‘호의의 자세’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