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지니>님의 글
독서 모임하면 인문, 고전, 철학 등 떠올리면 다소 고상한 분야의 책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 또한 그랬다. 조금은 늦은 감이 있는 30대 후반. 결혼을 하고 한참 아이들을 키우고 있던 때. 주변 엄마들은 고만고만한 어린아이들을 키우면서 언제 그렇게 경제, 재테크도 관심을 갖고 공부를 했는지, 가는 모임마다 그동안 사둔 한두 채의 집이 몇 억씩 오른다는 이야기로 한참이었다. 그동안 내가 살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아! 이렇게 있다가는 맞벌이로 내 가족에게 쏟을 시간 대신 일터에 시간을 쏟으면서도 생각했던 것만큼 안락하게 살기는 힘들겠구나 싶었다. 어쩜 그렇게 경제에 관심이 없었을까! 노동은 물론 신성하지만, 일터가 아니라 집에서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우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였다. 어떻게 공부해야 될까? 막막했던 내가 찾은 방법은 내게는 가장 익숙한 ‘책’에서 시작하기. 독서모임부터 찾기였다.
처음 가졌던 경제책 모임은 지정해 주는 책을 읽고 각자의 책에 대한 감상을 나누면 중간중간 전문가 격인 리더분이 코멘트해주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경제, 재테크 초보인 나는 책 내용도 생소하고, 미리 제시되는 발제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도 독서 모임의 시작 시간이 가장 놀라웠다. 토요일 새벽 6시! 직장인,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가장 방해받지 않을 시간. 토요일 새벽 6시가 독서 모임의 시간이었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니! 경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다 이런 건가?’ 책이 주는 자극보다 모임 멤버들의 태도가 주는 자극이 상당했다. 리더가 이끄는 독서모임의 방식 또한 경제 재테크 초보인 나와 아주 잘 맞는 선택이었다. 처음에는 책을 선택하는 것도 생각의 방향을 잡는 것도 혼자 하기에는 벅차고 시간이 배로 들었을 텐데, 리더가 있어 좀 더 쉽고 빨리 ‘이런 거구나’하는 감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번째 경제 독서 모임이자 지금도 3년째 함께 하고 있는 독서 모임은 같은 지역 사람들이 경제 독서라는 주제로 모여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때는 코로나 19로 오프라인 만남을 머뭇거렸던 시기라 첫 만남이 zoom으로 이루어졌다. 재테크 배테랑 리더가 있던 첫 번째 모임과는 달리 경제 재테크의 바다에 뛰어들고 싶은 사람들의 열정이 가득하지만, 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비슷비슷하게 많지 않았다. 그야말로 초보들끼리의 만남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 이 모임이 좋았다. 초창기 책 선정은 모임을 만든 리더분이 그 당시의 경제 재테크 분야의 베스트셀러나 그 분야 유명 고전으로 정하고 한 달에 한번 만났다. 모임 전 발제를 미리 고민하기도 하였고 어떤 때에는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였다. 경제 독서 모임의 경험이 쌓여가면서 모임의 방식도 조금씩 바뀌어 갔다. 회원들 각자가 그 달의 책을 선정하고 모임을 이끌어 가보기로 한 것. 그냥 책을 읽고 참여하는 것과는 달랐다. 책 선정부터 책을 읽고 발제문을 만들어보고 모임을 진행하는 것까지 능동적으로 해나가야 했다. 그야말로 한 명 한 명이 모임을 만들어 나갔다. “가르치며 배운다”라고 했던가! 독서 모임의 한 달을 준비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에 빗댈 수 있겠냐만은 마치 그것처럼 준비하면서 배우는 것이 있었다. 더 집중해서 책을 읽었고, 관련 자료나 신문 기사, 사례 등을 찾았으며 모임의 진행에 대한 것까지도 생각할 것들이 있었다. 특히, 나의 경우 이끄는 사람이기보다는 따라가는 사람으로 살아온 날들이 길었던지라 내 차례가 되어 독서 모임을 주도해야 하기 전부터 이 부분에서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모임에 참여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걱정이 놓아졌다. 내가 아니라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멤버들이 만들어간 분위기 속에서 발제라는 바운더리가 있었고 무엇보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는 마음이 잔잔히 깔려있었다. 이것이 바로 연대가 아닐까. 거창하게 느껴졌던 ‘연대’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는 순간순간에 감사했고, 나뿐 아니라 다른 멤버들 또한 같은 단어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독서 모임의 매력을 더욱 느꼈다.
경제 재테크 부분 다른 독서모임과는 달리 모임이 진행될수록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어야 더 의욕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달러 투자에 관한 책을 읽은 달은 달러 통장을 만들어 소액을 넣어본다던지, etf 관련 책을 읽은 후에는 매수할만한 etf를 더 공부해 투자해 보는 식이다. 책을 읽고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확장하여 다른 자료들을 더 찾아보게 되므로 공부하며 하는 이 실천들이 경험으로 쌓여 앞으로의 투자 인생에 더욱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