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를 찍었을 때의 마음을 기억하고 있다. 부단히 했던 노력도 만족할 만한 성취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이기 위해 무진 애를 쓰던 것도 기억하고 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유머를 잃지 않으려고, 매일 마음을 다스리던 것도 기억하고 있다. 다시 불안할 테고, 내 노력의 시간은 또 고봉밥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또 살고 싶었다. 불안하지만 충만했던 그때처럼.
[단순 생활자]- 황보름 지음, 열림원
지금의 내 마음을 잘 잡아서 쓰고 싶은 이유이다. 잘 기억하기 위해서. 내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면 분명 내 마음이 먼저 알아챌 테니까. 그래서 그때를 위해 기록한다. 그리고 그때를 위해 언제까지 가르칠 거야, 정년까지 할 거야, 몇 년 후에 명퇴할 거야 이런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정해진 것은 없다. 그저 아직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더 만나고 싶다. 내가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도 알아보고 싶다. 학생을 가르치기 힘든 환경이지만, 그렇게 자꾸 변해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더 하고 싶고 여전히 첫 마음처럼 잘하고 싶다.
나답게 진심으로 가르치는 일을 조금 더 해보고 싶다. 충분히 해보면 알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가보려고 한다. 가다 보면 끝이 보일 것이고 그때는 이만하면 됐어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충분하다는 생각, 음식을 먹다가 배가 불러서 딱 기분 좋게 숟가락을 내려놓는 것처럼 '이 정도면 충분해'하는 생각이 들 때 마침표를 찍고 싶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막연하지만 생각해 본다.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그리고 누군가를 돕고 일을 할 수 있기를. 내 삶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일은 너무나 익숙하고 그 길로 오는 길은 그 어떤 길보다 많은 운이 작용하여 그 일이 이루어지려고 할 땐 정말 너무 쉽게 되었다. 원래 와야 할 곳에 온 것처럼, 가까운 곳을 뱅뱅 돌아온 것처럼. 그렇기에 배우고 가르치는 일,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계속할 것 같다. 학생들에게 나의 오뚝이처럼 살아온 삶을 전해주는 강의를 하게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우리 반 아이들에게 말했다.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사랑과 너그러움이야. 우리가 올해 00 초등학교 4학년 0반에서 만난 것은 정말 인연이잖아. 이왕 만난 것 더 즐겁게 신나게 학교생활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언제나 이야기하지만 너희들을 더 많이 이뻐하면서 가르치고 싶어. 우리, 규칙 잘 지키면서 안전한 생활 하자. 그럼 선생님도 계속 이뻐만 하고 얼마나 좋아. 물론 잘못된 행동을 한다면 단호하게 가르칠 거야. 그래야 너희들이 친구를 배려할 줄 아는 학생으로 성장하니까 가르쳐야겠지. 그렇지?"
참 오랜 시간 아파해왔기에 이젠 온전히 받아들이려고 한다. 3년째 가르치는 일이 예전과 같지 않고 힘들다는 글을 계속 써왔다는 것을 '이전 오늘의 블로그 글'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시대가 변했고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변한 것이라는 것을. 이 흐름을 거슬러 올라갈 일은 없을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교사를 구할 수 없는 일이 생기고 있으니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생각을 지우기로 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 더 해보려고 한다. 나는 아직 학교에서 학생들을 더 가르치고 싶으니까.
나는 규칙을 지키고 질서가 있는 경계가 선 교실을 선호한다. 공부시간과 쉬는 시간의 구분이 있고 옳고 그름을 가르쳐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하지 않는 교육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여 상호작용이 활발한 교실을 좋아한다. 목소리가 크고 활동을 좋아하는 활발한 학생들뿐만 아니라 소심하고 조용한 학생들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그렇기에 나는 계속 그런 교육을 조금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매뉴얼을 숙지하고 학생들을 생활지도할 때는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학생들끼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마련해 준다. 가르치고자 하는 열정, 학생들에게 옳고 그름을 강하게 지도하고자 하는 마음, 측은지심의 마음들을 내려놓고 중용의 마음을 갖고자 한다.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바라보며 관찰하다가 적당한 때에 지도를 하고자 한다.
그동안 나는 너무 뜨겁고 너무 가까웠고 너무 마음 아파하고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아플 때 너무 아팠고, 기쁠 때 정말 기뻤고, 신날 때 하늘을 날 것처럼 그렇게 살았다. 내 삶에서도 그랬지만 학교에서도 그랬다. 내 개인적인 삶에서는 더 자유롭되 학교에서는 조금 더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중용의 마음으로 지내려고 한다. 정성을 다하되 너무 가볍지 않게, 둥둥 떠다니는 느낌으로 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느 순간 자유로운 내가 발현될 때도 있겠지만 그것이 주가 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하나씩 정리하니 내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졌다. 조금 더 가봐도 되겠다. 아직은 더 잘하고 싶으니까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