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에너지가 드는 일, 나를 살리고 남도 살려야지

by 쓰는교사 정쌤

오늘 나의 목표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겠다'였다. 그런데 오후 전화 한 통을 받고 그 목표는 깨졌다. 첫 발령지에서 함께 근무했던 친한 언니의 전화를 받고 바로 '네'하고 나가고 말았다. 나의 신규 시절 언니가 같은 아파트에서 카풀해서 함께 출퇴근하고 큰애 임신했을 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항상 그 기억을 갖고 산다. 그 외에도 언니에게 받은 많은 것들이 있지만 처음의 그 고마움들을 언제까지나 기억하려고 한다.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기록한다. 오늘 독서모임에서도 나누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어떤 태도로 일할 것인가. 사실 그것보다 '교직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남아 일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했다. 결국 자기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관, 소신에 맞게 가야 한다는 것. 무슨 일을 하건, 어떤 삶을 살 건 그 안에서 자기다움을 발현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와 나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질서가 있는 교실을 선호하는 편이다. 바른 자세를 하고 교사의 말을 경청하고 수업 시간에는 떠들지 않도록 지도를 하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 당연한 것이 요즘은 어렵기에,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고 하는 교사에게는 안 좋은 상황이 생기기도 하기에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더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 생각을 말했다.


"언니, 나는 흐린 눈을 하고 학생들을 보는 것도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요. 무질서함을 보고 넘기는 일에도 에너지가 들고, 무질서함을 바르게 잡으려고 가르치는 것도 에너지가 들더라고요. 그래서 어차피 에너지가 드는 일이니 수업을 듣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라도 되게 무질서함을 바르게 잡는데 에너지를 쓰기로 했어요. 그 에너지를 쓰는 게 나에게 맞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은 교사가 어떤 태도를 취해도 문제를 일으키니 그 아이들의 문제행동에는 단호함과 관대함(이것에 대해서는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으로 정했다)으로 대하고 그 외의 학생들에게는 편안함을 주도록 가르치는 것이 나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에게 말하면서 내가 생각이 점점 정리되어 간다는 것을 느꼈다. 벌써 3년째 같은 고민들로 채워진 나의 일기장을 보면서 올해는 더 많이 생각했던 문제들이었다. 그리고 지난달 두통이 생기면서 더 깊이 생각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받는지, 이제는 스트레스를 덜 받는 쪽으로 지내야 한다는 것을 더욱 깨달았기 때문이다. 평상시 내 머릿속에서 떠돌던 나의 생각들이 언니에게 말하는 순간 정렬되면서 하나의 생각으로 단단해짐을 느꼈다.


담임을 하게 되면 2학기 종업식을 하는 날까지 학생들에게 학급의 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하게 된다. 요즘에는 '규칙을 지켜라'가 아니라 교육을 받는 이유는 '존중'과 '배려'를 익혀 실천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규칙이라는 것은 존중과 배려를 지키기 위한 일 중의 하나라고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람만이 남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자기 자신과 친구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 교실은 평화로워진다.


나 스스로 이러한 기준을 갖고 있지 않으면 학생들이 문제 행동을 하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내가 문제인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만의 기준을 갖고 교사로서의 가치관을 갖고 이에 맞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다면 '내가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화려한 수업 기술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기본생활습관과 기초 학습 능력을 위해 성실하게 지도한다면 충분히 잘 지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회성이 발달하는 초등학생들에게는 친구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존중과 배려를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교육이 거창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거창하지 않다. 나는 그저 평범한 교사이다. 승진을 꿈꾸지도 않고 부장도 다하지 못하고 내려놓았던 평범한 교사이다. 수업기술이 특출 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무조건 천사 같은 교사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나를 만나는 학생들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사람을 대할 때는 '존중과 배려'를 해야 한다는 것을, 남을 괴롭히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교사이다. 교실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우리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으니 서로를 위해 봉사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격려한다. 질서와 규칙을 지켜 경계가 선 교실, 힘이 없어도 안전하고 편안한 교실을 만들고자 한다. 그게 나를 만난 학생들을 위해 내가 교사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 일은 교사로서의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나는 그런 교실에서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처음 할 때는 괴로웠다. 나는 왜 아직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에. 희망이 없는 곳에서 희망을 찾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난 희망을 잡고 싶다. 무엇을 하더라도 신명 나게 일하고 싶다. 신명 나게 일하기 위해서 희망을 잡는다. 앞으로 학교에서는 더 많은 아동학대 고소와 교권침해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르치는 동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잘 해내려고 한다. 평화로운 평범한 교실을 꿈꾸며 실현할 것이다. 언니에게도 말했지만 나는 잘 떠나기 위해서 잘 가르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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