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한동안 불편했다. 그 불편한 마음으로 무엇을 한다는 게 힘들었다.
지난 10월 21일, 갑상선암 수술 후 정기검진으로 검사를 하고 28일 진료를 보고 왔다. 다행히 괜찮다는 결과를 받았다. 다만 병원을 다녀오는 날 작은 일 하나로 내 감정을 참지 못해 두통이 생겼다. 작은 일 하나로 생겼지만 그것은 그동안 찰랑거리던 내 마음이 흘러넘치는 순간이었다. 작은 일 하나가 트리거가 되었을 뿐 그동안 참고 참았던 것의 폭발이었다. 그렇게 얻은 두통으로 한 달이 넘게 한의원 치료를 받고 정형외과도 갔지만 해결되지 않아서 신경과에 다녀왔다. 작년 여름에 있었던 벼락 두통으로 계속 약을 먹고 치료 중이었기에 의사는 약도 바꾸고 신경차단술을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지난주 병원 진료를 받고 왔다.
내가 이렇게 두통으로 고생을 할 줄은 몰랐다. 항상 에너지가 넘치던 나였기에 두통이 나를 괴롭혀 가만히 있어야 하고, 누워있어야 할 때가 더 많아지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갑상선암으로 수술하게 되었을 때도 내 몸이 아프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으니까. 인생은 참으로 알 수 없다. 지난 이 주 동안 머리를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서 천천히 걷고, 천천히 움직였다. 좋아하던 운동도 멈추었다. 머릿속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기에. 자고 일어나도 뒷머리와 이마 부분에서 압력이 가해지는 느낌이 들어 머리가 개운하지 못했다. 그런 시간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지난 목요일 신경과를 다녀오며 맞은 주사가 괜찮았는지, 바뀐 약이 잘 맞았는지 지금은 통증 강도 1-2를 오가며 많이 나아졌다.
두통으로 지난주는 집에만 있었는데 어제는 조금 나아서 할 일을 하고 왔다. 그랬더니 좀 살 것 같다. 내 마음이 왜 그리 무거웠을까, 왜 그리 불편했을까를 혼자 생각하며 걸었다. 조용히 혼자 다녀오고 싶었다. 언제 아파 또 돌아올지 모르니 내 걸음만큼 다녀오고자 길을 나섰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내가 가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 의해 이끌려 가고 있어. 물결 같아."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하겠구나. 우리는 모두 휩쓸릴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내가 서야 할 자리를 잘 보고 서있어야겠구나. 나도 지금 흐르는 중이구나.
나는 여전히 자라고 있다. 나이 40이 넘어서도 자라고 있다. 여전히 내 마음에 사랑과 희망이 더 많길 바란다. 오늘 미사 시간에 신부님이 마지막이라며 작별 인사를 하셨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더 많은 사랑을 전해주고 싶었는데 더 많이 주지 못해 아쉽고 미안하다고 하셨다. '넘치는 사랑을 줘도 받는 자의 그릇의 크기에 따라 달라질 것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내 '나는 잘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학급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쳤을까를 생각했다. 고작 1년 가르치면서 내 진심이 전해지지 않는다고 속상해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했다. 조금 해 놓고 그 사이 바뀌지 않았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재촉한 것은 아닌지 미안해졌다. 고작 하루 몇 시간, 주 5일, 방학 빼고 1년도 안 되는 그 시간을 가르치면서 내가 너무 많이 바란 것은 아닌가 싶었다. 내가 더 좋은 것들을 주는 것에 중심을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을 정성스럽게 주는 게 우선이다. 감정을 참지 않아도 될 만큼 내 마음이 더욱 평온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나를 더 닦아야겠다.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판단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를 더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이런 마음을 가지라고 두통을 주시고 아픈 몸을 주셨다고 생각한다.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던 나는 아픈 것에 감사할 마음까지 갖지는 못했으니까. 다 주신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오늘을 누려야겠다.
2024.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