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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Sep 24. 2023

나를 단련하는 시간

송숙희 작가의 블로그에서 '늑대와 개의 시간'을 읽었다.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그러나 충분히 어두워 저 등성이에 서있는 짐승이 늑대인지 개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시간대를 늑대와 개의 시간'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 시간이 지나면, 어둠이 완연하면 늑대인지 개인지 그 습성 또한 완연해진다고 한다. 늑대와 개가 구분이 되지 않은 어설픈 어둠의 시간, 정해진 것은 없지만 지금 이 순간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는 직감이 든다. 필자의 '지나고 나서야 아차 싶은 것들에 대해, 그때 할걸... 하고 후회할 게 무엇인가를. 그리고 그 하나를 들입다 파곤 했다'는 말씀처럼 나도 본능적으로 그 시기를 아는 것 같다. 그건 나에게 항상 안테나를 세운 덕분이라 생각한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했었다.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며 복학 준비를 할 때 날마다 일기를 쓰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나는 꼭 꿈을 이루고 싶다면서 날마다 해야 할 운동, 읽을 책, 공부해야 할 것들을 기록했다. 그때의 일기를 읽어보면 내가 치열하게 살려고 노력한 것이 느껴진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2년 다닌 후 '내가 이 일을 결혼해서도 할 수 있을까'를 끝없이 물어보던 시절이 있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공부를 했고 뒤늦게 교사가 되었다. 그리고 작년부터 다시 나에게 수없이 묻고 있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묻고 대답하기 위해 많은 책을 읽고 내 마음과 생각을 글로 썼다. 나에게, 나를 알고자 하는 글을 많이 썼다.


살면서 어떤 시기에 나에게 더 집중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고자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다. 그 시간들이 늑대와 개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덕분에 어려운 어린 시절을 잘 지내고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마음속에 가졌던 꿈들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나에게 또 다른 늑대와 개의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어쩌면 본능적으로 더 많이 읽고 더 많은 질문을 하며 나를 찾았던 것 같다. 그렇게 다다른 것이 우선은 '더 해 보자'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가 보자'이다. 그냥은 없다. 그렇게 된 이유를 내가 잘 몰랐을 뿐이지 변화는 일어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내 마음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었기에 민감하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늑대와 개의 시간임을 알고 나니 내가 더 궁금해진다. 이 시기를 좀 더 잘 보내면 내가 더 선명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방향을 잡기까지가 힘들지 목적지를 정하고 나면 달리는 일만 남는다. 이제 달리기를 시작하면 된다. 목적지는 정했으니 이제 준비운동하고 한 걸음씩 나가면 되는 시간이다. 어둠이 더 깊어질 때까지 나에게 더 집중하며 가 보려고 한다. 10년 후, 15년 후 나를 되돌아봤을 때 이 시간이 나를 '개이거나 늑대이거나 분명한 정체성'(위의 글 인용)을 만들어줄 것이다. 분명 이 시간은 나를 단련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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