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아일랜드의 모자 보호소와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허구의 소설이다. 1996년에야 아일랜드의 마지막 막달레나 세탁소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 시설에서 은폐, 감금, 강제 노역을 당한 여성과 아이가 얼마나 많은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시설은 가톨릭교회가 아일랜드 국가와 함께 운영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곳이었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의 앞부분에 있는 내용을 발췌해 본다.
"아일랜드 공화국은 모든 아일랜드 남성과 여성으로부터 충성을 받을 권리가 있고 이에 이를 요구한다. 공화국은 모든 국민에게 종교적, 시민적 자유, 평등한 권리와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며, 국가 전체와 모든 부분의 행복과 번영을 추구하고 모든 아동을 똑같이 소중히 여기겠다는 결의를 천명한다."
[아일랜드 공화국 선언문(1916)]에서 발췌
이 책은 많은 은유의 표현들이 곳곳에 있다. 클레이 키건의 글은 문장도 짧고 대사도 많아서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문장들에는 많은 뜻이 숨겨 있었다. 작가의 글을 읽고 옮긴이의 글을 읽고 다시 읽게 되는 책이다. 아일랜드 공화국 선언문이 발췌된 이유도 책을 읽게 되면 알게 된다. 누구를 위한 선언문인가 싶은 것들이 있다. 만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하는데 그것 또한 진정 그렇게 실현시키고 있는가 싶을 때가 있다.
펄롱은 미시즈 윌슨의 집에서 일하는 가사 일꾼 엄마에게서 태어났다. 아빠 없이 살아온 인생이었다. 자신의 다섯 딸들과 아내를 위해 성실하게 일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그 삶이 영원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펄롱은 모든 것을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걸 알았다. 혹독한 시기이지만 펄롱은 조용히 엎드려 지내면서 사람들과 척지지 않고 살아가면서 딸들을 잘 키워 세인트 마거릿 학교에 보내도록 뒷바라지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펄롱은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하며 두 명의 아이들을 보면서 펄롱 안의 무엇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펄롱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미시즈 윌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런 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삶을 이루었다고 생각했다. 펄롱은 알게 되었다. 미시즈 윌슨이 아니었다면 어머니는 결국 그 수녀원에 가고 말았다는 것을.
펄롱이 수녀원에서 어린아이를 구해오는 그 순간 펄롱은 생각한다. 지금 자신이 구하는 이 아이는 더 옛날이었다면 자기 어머니였을 수도 있다고. 펄롱은 아이를 구한 것뿐만 아니라 그 옛날의 어머니와 자신까지 구한 것이다. 그렇기에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는 것이다.
펄롱은 자신의 어린 시절 미시즈 윌슨에게 받았던 수많은 배려가 자신의 삶을 이루었다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이룬 수많은 아주 사소한 것들을 생각했다. 며칠 전의 내가 만났던 병원에서의 의사, 간호사들, 학교 안에서 만나는 나의 동료들, 나와 깊은 관계를 맺지는 않아도 잠시나마 나와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이웃들...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내가 받았던 친절들이 생각났다. 내가 받았던 아주 사소한 것들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내가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지나오면서 받았던 작은 친절들이 내 삶에 흩뿌려져 나의 삶에서 열매를 맺어낸 것이 지금의 나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나도 그러한 작은 친절들을 나에게 올 인연들에게 나누어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펄롱이 용기를 내어 그 소녀를 구한 것처럼. 나 또한 용기를 내어 내 작은 친절을 상처 많은 세상에서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기꺼이 나누어주어야 하는 것 같다. 또 그래야 나도 교사로서의 보람-요즘 시기에 이런 말을 쓰는 게 맞나 싶지만, 그래도 나는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기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내 마음을 담아 간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펄롱이 그 아이를 구한 것처럼. 나도 어린 시절의 나를 구하듯 그렇게 내 용기와 친절을 담아 학생을 구하고 싶다. 그게 내가 나를 돕는 길, 우리를 돕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해서 내가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대단히 입체적이기 때문에 나 또한 어떤 부분에서 대단히 이상하고 나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부분은 또 괜찮은 부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나의 어떤 부분을 참 괜찮게 닦아주고 빛나게 해 주었다. 그래서 나에게 작은 용기를 낼 수 있게 해 주었다. 작은 용기를 내어 학교에서 해야 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였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이야기, 누군가에게는 선동적인 이야기, 누군가에게는 유난스러운 이야기,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이야기. 펄롱처럼 가슴속에 두려움이 차오르기도 하나, 그럼에도 내 마음 또 다른 곳에서 샘물처럼 흘러나오는 긍정의 마음은 어떻게든 잘해나가리라는 것이다. 내가 가는 길이 맞다면 그래도 도와주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용기를 내어본다.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다산 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