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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보다 신뢰가 먼저다

by 쓰는교사 정쌤

얼마 전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너무나 끔찍한 사고다.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런 일로 인해 열심히 아이들을 위해서 일하는 교사들마저 이제는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 그 사건과 관련한 법은 아주 빠르게,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모두가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 아마도 초등학교 학부모님은 이제 도청 앱을 학생의 스마트폰에 깔고 학교에 보낼 것이다. 맘 카페 여기저기에 정보를 주고받는 글들이 많다. 이해가 된다. 하지만 염려도 된다. 이렇게 학교에서 교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때, 학부모의 불안이 커지고 도청 앱과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불신을 심화시키고 결국 아이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학부모들은 담임교사가 내 아이에게 혹시 폭언을 하지는 않는지, 잘 가르치는지, 친절한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 도청 앱을 사용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도청 앱을 사용하면 오히려 아이의 사생활이 그대로 학부모에게 전달이 되어 자녀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 자녀 통제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다른 학생들은 대답을 잘하는데 내 아이는 다른 행동을 하거나 아무 소리도 안 들리면 내 아이가 많이 부족한가 하는 불안감이 들게 된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이 학부모에게 좋지 않다. 특히 내 아이가 소극적이고 좀 늦되다면 더 좋지 않다. 아이는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엄마가 편안하고 밝아야 아이도 해맑게 어리광도 부리고 장난도 치고 하는데 엄마가 매사에 심각하고 불안해하면 아이는 눈치를 보고 주눅 들어 있게 된다.


특히 1학년 때 입학하면 한 반의 한두 명은 1달에서 1학기 내내 울기도 한다. 이유는 아이마다 다르다. 예를 들면 예전 가르쳤던 우리 반 아이 한 명은 엄마가 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 아이가 계속 우는 건 아니었다. 엄마랑 헤어지는 그 순간부터 20분 정도 울고 그다음부터는 발표도 잘하고 잘 놀았다. 다른 학년이었던 또 다른 아이는 몇 시간 울기도 했다. 아이마다 다르지만 결국은 학교에 적응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울음을 도청 앱으로 계속 듣게 된다면 학부모는 아이를 기다려주기 힘들게 될 것이다. 아마도 교사를 믿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마다 다른 특성을 인정하고 시간의 힘을 믿고 기다려야 될 때가 있다. 그런데 도청 앱은 그걸 힘들게 할 것이다. 불신이 먼저 자리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교에 간 시간 동안 아이를 믿고 아이 스스로 해 나갈 수 있게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기다림은 교사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될 때 가능하다.


교사들은 주호민 사건 이후로 녹음이 은연중에 교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누군가 내 수업을 녹음한다고 신경 쓰며 수업을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힘들다. 누가 녹음을 하고 있나 하고 아이들을 바라보면 그때 교사는 사랑이 아닌 감시의 눈빛이 나온다. 누군가의 핸드폰이 울리면 이 아이로구나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눈빛으로는 교육을 할 수가 없다. 교사 스스로도 위축되고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검열하게 되어 노이로제에 걸릴 수 있다. 나 스스로 내린 결론은 '녹음이 된다 하더라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의 수업을 하자'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생활지도를 할 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으로 타협하고 있다. 생활지도의 목표는 스스로 규칙을 지켜 안전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학교에서 필요한 것은 감시가 아니라 신뢰이며 신뢰가 무너질수록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부정적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학부모가 학생의 핸드폰에 도청 앱을 깔고 교사가 어떤 학생의 핸드폰이 울리는지를 서로 감시하고 있는 악순환이 아닌 서로를 신뢰하는 선순환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아이들을 사랑하고 싶고 잘 가르치고 싶은 교사들이 많다. 하지만 그만큼 상처받은 교사도 많다. 사랑했던 만큼 상처받아 마음을 닫고 거리 두기를 하는 교사가 되고자 하는 교사도 있다. 하지만 그런 교사들의 마음속에도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여전히 남아있다. 학부모와 사회가 교사를 신뢰해 주는 만큼 교사들도 마음을 열고 그 마음을 학생들에게 다시 전하여 교육현장을 따뜻하게 변화시킬 것이라 생각한다. 올바른 법과 제도를 만들고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사들을 신뢰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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