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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게임 한 판으로 끝나지 않는다

by 쓰는교사 정쌤

삶은 게임 한 판으로 끝나지 않는다 : 넘어짐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모든 이에게


2025. 11. 16. 의 기록


아이에게 남은 총알을 사용하러 논술 시험을 보러 왔다. 아이에게 미리 포기하지 말자고, 무엇을 하든 주어진 기회는 다 쓰는 것이라고 말해줬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많은 연습을 실전처럼 해 볼 때 비로소 내 실력을 잘 발휘할 수 있다. 임기응변의 자세도 많이 해봐야 나오는 것이니까. 시험 결과로 아이와 아쉽다는 말을 한마디도 안 했다. 결과가 나오기 전엔 열심히 하라 할 수 있지만, 결과가 나온 이후에는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다만 그 결과를 온전히 인정하고, 이제 어떻게 대응할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하나씩 해 볼 뿐이다.


성적이 안 나와서 합격이 힘들 것 같은 대학이어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자고 했다. 떨어질 것 뻔하니 안 보는 것 말고, 떨어질 것 뻔해도 그것을 연습 기회로 만들어 버리자고 했다.


인생은 한 번의 승부가 아니다


시험 결과로 대학은 정해지겠지만, 그 과정 중에 아이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배울 것이다.

인생은 시험 한 번, 책 한 권, 강의 한 번으로 바뀌지 않는다. 하나하나 겪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마음에 생채기가 생기고, 뼛속까지 시리고 나서야 좀 살만해진다.


더 이상 시련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련이 와도 그 고개를 지나면 또다시 웃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이는 지금 그 시련 중 하나를 겪고 있다. 아이가 온전히 받아내야 할 시련이다. 부모인 나는 옆에서 그 시련을 아이가 소화할 수 있게, 감당할 수 있게 작은 일로 만들어 준다. 아이가 처음 이유식을 먹을 때처럼.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괜찮다고. 다른 이도 겪었다고.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그리고 다 왔다 말해준다.


다 지나간다. 무엇이 좋은지, 나쁜지 그건 지나 봐야 안다. 내 인생이 끝나는 날, 아니 그 이후까지도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러니 쉬이 판단하고 쉬이 결론 내리지 말아야 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도 죽음 이후에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시간이 지나면 인정받을 수 있던 그림이었다. 다만 빈센트 반 고흐가 일찍 죽었을 뿐이다. 그러니 조금 더 자신을 믿고 기다리기. 엄마인 나도 자녀를 믿고 기다리기.


꾸준함의 정의: 잊지 않고 계속하는 힘


시험이 끝난 다음 날, 아이에게 백일 동안 메시지를 담아 만 원씩 저금한 통장을 줬다. 날마다 만 원씩 넣어야 했는데 어느 날은 잊어서 며칠 것을 한꺼번에 입금하기도 했다.


이 통장에는 꾸준함에 대한 나의 정의가 담겨 있다.

꾸준함이란 매일매일 같은 양을 꾸준히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은 1도 할 수 있고 어느 날은 10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잊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다.


그러면 시간은 지나고, 시간이 지난 만큼 내가 지나온 자리에 내 열심이 쌓이게 된다. 아이에게 그러한 꾸준함을 통장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엉엉 우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다 싶었다. 네가 엄마의 애씀을 알아주니 그것으로 되었다 싶었다. 나도 아이의 애씀을 알고, 아이도 엄마의 애씀을 알고 있으니 그것으로 감사하다.


살다가 힘들어서 너무 외롭고 세상에 혼자라고 느껴질 때, 이 통장을 보며 엄마 아빠의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다. 돈은 다 써도 엄마가 보내준 사랑의 메시지는 남아있을 테니까.


사랑받은 그 추억으로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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