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교사 정쌤 Aug 17. 2023

소아과 의사 이어 교사도 떠나나... 기사를 보고


'소아과 의사 이어 교사도 떠나나... 교대에도 '후폭풍'(2023.08.16. 김다운기자/ 아이뉴스24)이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기사를 보자마자 '교대생, 51% "다른 진로 고민"... "서이초 사건은 나의 일"이라는 소제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기사에 따르면 '서이초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 교대생 절반 이상이 다른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설문조사 결과 680명 응답자 중 "다른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는 비율이 51%에 달했다고 말합니다. "혼란스럽다"는 25%, 그중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과 교실, 아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현장에 나가 현장을 바꾸겠다"는 답변이 23%를 차지한다고 전합니다.


이 기사를 보면서 내 아이가 교대에 간다면, 아니 교대에 다니고 있다면 17년차 현직 초등교사인 엄마로서는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제가 신규교사만 하더라도 다른 진로를 찾아볼 생각을 해 볼 것 같습니다. 저는 이미 17년차로 교직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꺼내볼 아이들과의 좋은 추억들이 많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힘들지만 조금씩 추억들을 꺼내 연료삼아 남은 시간들을 채워나갈 수 있습니다. 지나온 길보다 갈 길이 적게 남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신규교사들에게는 진정한 교육이 힘들어진 교실에서 사제지간의 정이 예전처럼 가능할까 싶습니다. 정말 운이 좋으면 좋은 학생들과 예의를 갖춘 상식적인 학부모들을 만나서 꿈을 펼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그 해에 한정입니다. 다음 해에 또 어떤 학생과 학부모를 만날 지 모릅니다.


마치 공부를 안하고 주식투자를 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한 번의 성공, 또 한 번의 성공, 또 한 번의 성공, 그리고 한 번의 실패... 마지막 실패에서 잃는 돈이 번 돈보다 많다고 하더라고요.(이 부분은 책이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알게 된 것들입니다)


그런데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해 운이 좋지 않아서 학생과 학부모를 잘못 만나면, 몇 십년 좋은 선생님 의미가 사라지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선생님이었어도 아동학대 고소로 인한 소송에 휘말리면 무혐의를 받아도 정신이 피폐해져 교단에 서는 것이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합니다. '헌신적이었던 24년 차 교사는 왜 교단을 떠나려하나' 기사를 보면 그 아픔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너무나 아프고 슬프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혼란스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단에 서겠다는 교대생들에게



다른 진로를 생각한 51%의 학생들보다 혼란스러운 25%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단에 서겠다는 23%의 학생들이 걱정이 됩니다. 그 학생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말은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을 함부로 대한다면 그때는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그런 것들을 잘 할 수 있다면 교직에 들어오셔도 됩니다.


자기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나를 함부로 하는 사람에게도 당당하게 '아닙니다'라고 말할 줄 모르는 사람은 교직에 서면 안 됩니다. 자신을 지킬 수 없습니다. 그 끝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내 몫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키워 오십시오. 당당하게 할 말하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 오십시오. 그래야 교직은 변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침몰하는 배에 타서 같이 침몰할 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당부는 혹시나 교단에 선다면 학급의 모든 짐을 혼자 짊어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꼭 관리자와 협의하고 동료와 부장님들께 꼭 말씀을 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도 해결이 안 된다면 죽지 마시고 잠시 내려놓으세요. 괜찮아요. 길을 가다보면 막힌 길도 길도 나오고, 끊어진 길도 나옵니다. 그럴 때는 다시 돌아가는 것이지 그대로 직진하는 게 아니예요. 그러니 '이게 아니면 안 돼' 하는 마음보다는 '아님 말고' 정신으로 오시길 바랍니다. 마음을 단단하게 단련시켜서 오시길 바랍니다. 아니 마음이 단단하게 오늘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기사를 보며 자식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부디 모두 건강하게 지금의 힘든 시간을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무력감에 하루를 맞이하더라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희망을 쌓아올리는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프로가 된다는 것은 '슬퍼도 슬퍼만 하지 않는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