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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Aug 20. 2023

여전히 마음이 아프지만 희망을 노래하고 싶은 교사입니다

'희망'을 품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알아가는 중입니다. 희망을 생각하지 않으면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빠져나갈 생각을 하지, 그곳을 꽃밭처럼 바꿀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거리 위에서 올바르게 가르칠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절규처럼 들립니다.


5주째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에서 외치고 있습니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 아동복지법 17조 5호를 개정해서 생활지도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과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진상규명해 달라는 것입니다. 모든 이가 퇴근하고 학교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것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 이유를 밝혀 달라는 것입니다.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그의 죽음이 아니라 곧 나의 죽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함께 아파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교사들의 이기심으로 저렇게 하겠지' 하는 마음일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교사들의 이기심이 얼마나 들어있을까 생각하기 위해 기사를 자세히 보셨는지 궁금해집니다. 교사들이 원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이 제대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안전한 교육 환경입니다. 지금의 교사들은 피해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법적인 보호장치가 하나도 없습니다. 이제 모든 국민이 알았습니다. 교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유명 만화가 부부가 알려주었고 왕의 DNA 교육부 사무관이 알려주었고 카이스트 (?) 학부모님이 알려주었습니다. 누구를 위한 법일까요? 유명 만화가 부부와 왕의 DNA나 카이스트(?) 정도는 되는 학부모가 되신다면 법은 당신들 편이 맞습니다.


며칠 전에  분당의 중학교 교무실에서 중학생이 다른 학생과 다툰 뒤 "왜 나만 교무실에 데려왔냐"며 "억울해서 자해하고 죽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다만, 실제로 자해를 하거나 교사들에게 흉기를 휘두르지는 않아서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합니다. (교무실서 흉기 든 분당 중학생 "왜 나만 데려왔냐, 억울" 2023.08.18. 최승훈 기자, SBS뉴스)


이 기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요? 아이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드셨나요? 얼마나 억울했으면 흉기를 들고 교무실을 가서 자해를 할 생각을 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시는지요?


저는 많이 걱정이 됩니다. 학교 마저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많이 걱정이 됩니다. 누구나 억울하다며 흉기를 들고 자해하겠다고 한다면 어떤 교사가 아이들의 생활지도를 할 수 있을까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너무나 다행인 사건입니다. 아이도 다치지 않았고 교사도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 호원초 두 교사의 죽음, 그리고 지난 번 PD수첩에 나왔던 부산교사의 죽음... 그리고 더 많은 알려지지 않은 교사의 죽음들. 저는 이 사건들을 보면서 하인리히의 법칙이 생각났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 알게 되었던 하인리히의 법칙, 이것은 큰 사고의 이면에는 중간 사고가 29건, 사소한 작은 사고가 300건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 법칙을 말합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지금 일어난 일은 중간 사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은 사고는 이미 아동학대 고소 및 학교에서의 불합리한 일들로 병가와 병휴직, 명예퇴직, 의원면직을 하신 교사들의 수입니다. 이것은 자세한 집계가 되지 않습니다. 이전까지의 아동학대 고소나 교권 침해, 불합리한 일로 인한 병가, 병휴직, 명예퇴직, 의원면직은 개인의 무능력으로 치부되었기에 수치심에 교사들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나만 안고 가면 돼' 하는 마음으로 침묵하기로 했을 것입니다. 소리없이 눈에 띄지 않게 사라져간 교사들의 수는 작은 사고 300건을 넘겼을 것입니다. 몇 년전 함께 근무하시던 부장님의  마음아픈 퇴직을 보며 두려웠고 병가와 병휴직으로 마음 아팠던 저와 동료들을 보면서 지금의 공교육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더욱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건 저뿐만이 아닌 듯 합니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으로 많은 교사들이 깨달았습니다. 내가 침묵한 결과가 다른 교사의 죽음으로 돌아왔다는 것을요. 묵묵히 참고 가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며 자신만 탓하며 살던 교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직도 교육부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들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난 17일 청주대에서 열린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하계연수회에 참석한 이주호 장관은 "0세에서 11세 사이에는 돌봄과 교육이 딱 명확하게 구분이 안 되고, 좋은 돌봄을 원하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가장 믿을 수 있는 학교에서 해주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초등교장들, 이주호 교육부총리 정책브리핑 도중 '우', 2023.08.17, 변우열 기자자, 연합뉴스) 영상을 보던 제 귀가 의심스러워 다시 들었습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가장 믿을 수 있는 학교에서 해주길 원한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너무 무섭습니다. 돌봄과 교육이 분리도 되지 않는다고 말을 하면서 생활지도를 할 수 없도록 손발 묶어두고서는 '믿는다'고 가르치라고 합니다. 어떻게 가르칩니까. 그냥 왕의 DNA처럼 큰소리 내지 말고 시녀처럼 '네''네'만 하면 됩니까. 다른 아이들 때리고 욕하고 잘못하는 아이에게 아무 것도 못하는 교사가 무엇을 가르칩니까.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사의 말을 너무나 잘 듣고 잘 따르는데 그 중 몇 몇은 따르길 거부합니다. 학부모에게 연락을 하면 이렇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이 경력이 짧아서 그래요."

"선생님이 너무 무섭지 않아서 그래요."

"선생님이 카리스마가 없으셔서 그래요."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교사에게 말하는 학부모에게 자녀의 부적응 행동들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그 이상 말해봤자 교사에게 오는 것은 녹음기겠지요. 비슷한 피해를 본 선생님께서 어제 집회에서 절규하셨습니다. 2016년에는 '시작장애인 축구 지도'를 통해 너무나 멋진 선생님으로 신문기사에 나셨던 분입니다. 그런 선생님이 어느 순간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고 그로 인해 2500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살고 싶다'고 외치셨습니다. 그 선생님만의 일이 아니기에 함께 한 교사들 모두 '살고 싶다'고 외쳤습니다. (아동학대범 몰려 2500만원 낸 교사의 절규 "살고 싶습니다")


저는 이 글을 왜 쓰고 있을까요? 저는 왜 아직도, 여전히 7월 19일 신문기사를 접하던 그때처럼 가슴이 아플까요? 가끔은 아무 것도 안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모른 체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첫 집회에서 그곳에 모인 수많은 '나는 당신입니다' 교사들을 만났습니다. 그곳에 함께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나와 같은 사람들을, 알기에 여전히 희망을 품고 이야기를 합니다. 희망이 없다면 이야기할 생각조차 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그 선생님들을 보면서 어쩌면 예전처럼 희망을 노래해도 될 수 있는 날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의 언니이며 친구이고 동생인 내 꽃밭의 꽃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무래도 이제 올 사람 다 온 건가봐. 너도 나도 오는 사람이 오나봐. 더 많은 교사들이 있는데... " "지방에서 오시는 선생님들 피곤해서, 힘들어서 어떡해." "그분들도 오는 사람이 오는 것 같아서 걱정되고 미안하네." "더 많은 선생님이 오면 좋겠다." ...


저는 제 주변을 꽃밭을 만들기로 했거든요.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라는 말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꽃을 피우는 사람들에게 제 곁을 내어주려고 합니다. 불평, 불만보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해결하려는 사람에게 관심을 두고 귀를 기울이려고 합니다. 각자의 삶에서 주인이 되는 사람들이 제 옆자리에 있습니다. 제 꽃밭은 그렇게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꿈을 꾸고 희망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분명 사회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18개월 아기와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는 선생님의 글을 보고 울컥 했습니다. 그 아이가 학교 갈 나이에는 교육이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저 또한 제 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희망의 노래를 듣고 꿈을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함께 읽어주시는 분들이 그렇게 함께 만들어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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