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교사 정쌤 Sep 17. 2023

정말 괜찮습니까?

복직을 하고 나니 많이 피곤합니다. 갑상선암 수술하고 9개월이 지나서 초음파 검사까지 모두 마치고 나니 마음이 좀 가벼워집니다. 갑상선암 환자들이 많은지 제가 쓴 갑상선암 수술 후기글의 조회수가 날로 늘어갑니다. 아프시더라도 모두 힘내시길요.

지난주까지 복직과 대학병원 진료까지 많이 바빴습니다. 그리고 많은 선생님들의 희생을 애도하며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했습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집회가 열려서 참여하고 와서는 12시간 가까이를 잔 듯합니다. 중간에 잠시 깨기도 했지만 갤럭시 워치의 기록을 보니 11시간 35분이 기록되어 있네요. 꿀잠 자고 싶으신 분들 집회 오세요. 교사 아니어도 됩니다. 학부모님 환영합니다.

집회는 교사들의 이기심일까요?

집회는 교사들이 자기들 좋자고 하는 일일까요?

집회에 참여하는 교사들은 이상한 단체 회원일까요?

집회에 참여하는 교사들은 불순한 의도가 있을까요?

...

평범한 교사,

교사가 좋아서 교사가 된 교사,

아이들과 즐겁게 수업하고 싶은 교사,

아직은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을 알려주고 싶은 교사,

아직은 학교 안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은 교사,

아이들과 즐겁게 교실 생활을 하고 싶은 교사,

아이들 마음속에 희망을 심어주고 싶은 교사,

꿈과 열정을 가지라고 지도하고 싶은 교사,

세상을 살다 보면 힘들지만 그래도 선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교사,

세상이 어지러워도 그래도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교사,

더디 가더라도 자기 발걸음으로 정직하게 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교사,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네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교사,

정정당당하게 게임하고 승리팀에 박수를 패배팀에 격려를 보낼 수 있도록 가르쳐주고 싶은 교사,

나만 위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위해 서로를 배려할 수 있도록 자라라고 가르쳐주고 싶은 교사...

그런 교사들이 거리에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가르칠수록 거리에 나가야 할 이유가 생깁니다.

큰 목소리로 수업을 방해하며 떠드는 학생을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은 그저 교사가 입을 다물고 그 아이가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가장 안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아이가 말을 멈추면 다시 수업을 합니다. 다른 아이들의 학습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떠듭니다.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어느 누가 부끄러움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말 괜찮냐고 묻고 싶습니다. 학생들에게도 묻고 싶고, 수업 피해를 보는 학부모님께도 묻고 싶습니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몇몇의 학생들이 수업을 방해하고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방해하는데 정말 괜찮습니까?

그래도 복직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이 순간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대로 생생하게 제 목소리를 전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전담교사로서 세 학년의 11개 반을 지도하며 몇몇의 학생들의 수업방해를 묵묵히 지켜보는 다른 학생들의 무기력한 눈을 보고 이렇게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상황을 가볍게 잘 지나가고 싶은 교사들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저는 교사가 되고 싶어서 다니던 회사도 관두고 다시 공부해서 교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금의 학교가 너무 안타깝습니다.

 

수업을 하다 보면 저에게 귀를 쫑긋한 학생들이 보입니다. 떠드는 학생들로 인해 수업이 멈추어도 저를 바라보는 그 눈들이 있습니다. 그 학생들을 붙잡아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너는 너무 멋지다고. 너는 충분히 너의 역량을 잘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금 이렇게 힘든데도 선생님을 바라보며 수업을 듣는 너를 정말 칭찬해. 너를 응원해. 잘 자라렴 하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아이들 마음을 움직이는 교사이고 싶습니다. 화려한 수업기술을 사용하는 교사보다 아이들 마음속의 선한 마음, 밝은 마음들을 잘 잡아주고 싶고 간직하고 키우게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진심으로 아이들 앞에 서고 싶습니다.

지난주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여러분, 혹시나 지난 시간에 말썽을 부리고 원래 수업시간 태도가 안 좋았다고 이번 주도 그렇게 행동하지는 마세요. 선생님은 여러분이 오늘, 지금 이 순간 잘하면 잘하는 그 모습이 여러분의 모습이라고 

기억할 것입니다. 지난주의 말썽꾸러기 모습은 싹 지우고 이번주 지금 이 순간 잘하는 모습으로 기억할 거예요. 선생님은 진짜 그래요. 그러니 지금,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하세요."

선과 악은 공존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 마음속에 모두 존재합니다. 미국 인디언 문화에서 전해지는 '두 마리 늑대' 이야기를 전해봅니다.  


"모든 사람 안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 싸우고 있단다. 한 마리의 늑대는 화와 원망,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늑대고, 다른 한 마리는 희망과 사랑, 평화와 기쁨, 감사로 가득 찬 늑대지."
그러자 손자는 "그럼 두 마리 늑대가 싸우면 어느 늑대가 이기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먹이를 주는 늑대가 이기지."
-[마음이 흐르는 대로]-지나영 지음, 다산북스-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줄 것인지는 자기 자신이 선택하는 것입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희망과 사랑, 평화와 기쁨, 감사로 가득 찬 늑대에게 먹이를 주시는 분들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무력감으로 힘든 교사들에게 필요한 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