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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Oct 26. 2023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대등해질 수 있다


'숙고 없는 근면함'을 지속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매몰 비용의 함정에 빠지기 시작하면 현실적을 가치를 다한 관계인데도 손을 놓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그만두어야 할 때'를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그만둘 수 있음'이 조직에서 건강한 역학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할 때 관계는 좀 더 대등해집니다.

퇴사뿐 아니라,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인 이혼이나 파혼도 마찬가지입니다.

... 언제든 잘못이 있다면 바로잡으며 꾸준히 자신의 삶을 수정해 나가려는 용기는 이 시대에 큰 미덕이 됩니다. 

... 비전 없다고 여기는 직장에 계속 머물거나 서로를 갉아먹는 인간관계에 집착하기보다는 스스로 정한 반환점까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보고 그에 도달하면 그만두는 결정을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만둘 수 있다'라는 생각만으로도 불균형한 관계가 대등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두어서 대등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만둘 수 있기 때문에 대등해지는 것입니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대안이 있을 때 상대는 나를 존중하기 마련입니다.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지음, 교보문고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불평등한 관계가 대등해질 수 있다는 말에서 답을 찾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언제든 이 일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행위가, 바른말이 '아동학대 고소'로 이어진다면 그 순간은 그 일을 처리하고 떠날 때가 될 것이라는 것, 아니면 그전에, 그리고 갑질하는 관리자가 계속 인격모독적 발언을 할 때 나는 떠날 것이다. 


가르치는 일이 소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제대로 가르칠 수 없는 현실에서 내 뜻을 펼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그 순간 다 내려놓을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은 참을만하다. 지금은 조금 더 참고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다. 지금은 갑질하는 관리자가 있어도 잘 지내고 있다. 나에게 갑질한 사건들도 잘 간직한 채...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나를 피 말려 죽일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이젠 두렵지 않다. 언제든 나는 이 일을 관둘 수 있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편해진 이유를 알았다. 그 마음을 간직한 것만으로도 대등한 관계에 섰다는 것을 글을 통해 알았다. 그랬구나. 그래서 내 마음이 조금 안정이 되었다. 


힘들어도 아직은 교사의 시선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나의 애씀을 전해주고 싶다. 그렇기에 갑질 관리자가 뭐라 하든 나는 내 마음에 드는 교사로서 순간들을 채워가려고 한다. 빛은 어둠을 이긴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나는 스스로 자라나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 돌틈 사이를 비집고 나와서 꽃을 피우고야 마는 식물처럼 자랄 수 있게 돕고 싶다. 내가 그렇게 자란 것처럼, 너희들도 그렇게 잘 자라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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