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교사 정쌤 Oct 30. 2023

나에게 가르치는 일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나는 일에서 무엇을 얻고 있나?’
‘나는 일한 대가로 무얼 가져가고 있나?’
‘나는 일이 주는 무엇에 기뻐하는가?’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최인아 지음, 해냄



블로그의 이웃님의 댓글 덕분에 최인아 작가의 책을 다시 읽고 있다. 이미 읽은 책이었고 읽을 때도 너무 좋아하며 읽었는데 다시 또 읽기 시작하니 이웃님이 왜 추천을 해 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요즘 나 스스로 알아차린 ‘나는 일의 의미가 중요한 사람이다’라는 것에 대한 좋은 예시를 최인아 작가가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인아 작가의 문장 하나하나가 내 안에 질문들을 깨우고 나를 다독인다. 


내 안에서 수없이 일어난 질문들을 먼저 해본 사람의 글은 너무나 큰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제약회사를 2년 동안 다니고 그만 둘 때는 고민이 깊었지만 지금과는 달랐다. 그때의 고민은 ‘이 일을 평생 할 수 없을 것 같아’하는 생각에 다다라서 나의 다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만두었다. 


지금 나의 고민은 ‘잘 가르치고 싶다’이다. 나의 애씀이 나의 시선과 손길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온전히 닿아서 잘 가르치고 싶은데 지금의 학교에서는 잘못된 행동조차 생활지도 할 수가 없다. 나는 어린 시절의 나처럼 학교가 전부인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싶다는 것을 알았고, 교실 내의 무질서에 타협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참고 참다가 둑이 터져나갈 것 같은 기분으로 퇴근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내가 조금씩 시들어감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최대한 안정된 톤으로 말하고 수업을 듣고자 하는 학생은 잘 따라오길 바란다고 호소하기로 했다. 모든 반이 그런 것은 아니다. 수업이 안 되는 특정반이 그런 것이다. 그 특정반이라고 해서 수업을 듣고 싶어 하는 학생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 반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의 힘이 더 커서 수업이 이루어지기 힘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일 뿐이다. 


교사로서 그런 순간에 참 마음이 아프다. 개인적인 학생의 일탈이 아닌 수업 시간에 시끄럽게 떠들고 장난을 침으로서 다른 친구들의 수업을 방해한다. 전혀 죄책감도 부끄러움도 없다. 주의를 주면 내가 떠들고 싶은데 떠드는데 왜 그러세요? 하는 눈빛이다. 나마저 그 상황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나마저 그 상황에서 ‘이 반은 원래 이래’ 이러고 수업하고 싶지 않다. 그 생각을 하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하기로 했다. 내 수업이 필요한 그 학생을 위해서. 그 아이가 내 말을 듣고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이제는 마음을 바꾸었다. 최인아 작가가 쓴  '일을 한다는 것은 생계를 해결하는 방식뿐 아니라 내 인생의 시간을 잘 보내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글을 읽고 ‘내 시간’의 유한함, 소중함에 대하여 생각을 했다. 내가 학부모, 학생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며 명예퇴직 기간까지 버텨 퇴직을 한다면 내 마음에 드는 교사로 마치지는 못할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의 평가는 ‘그저 평범한 교사구만’이라 할지라도 나 스스로 노력을 하고 나의 '애씀과 열심'이 있었다면 나에게는 ‘내 마음에 드는 교사’라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다. 언제든 나는 내가 그것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면 내려놓아도 된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다시 가르치는 일이 설렌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열심히 참여할 학생들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하나 더 다짐했다. 선한 아이들이 강해질 수 있게 돕는 바른 마음을 갖는 교육을 하겠다고... 그랬으면 좋겠다. 선한 것이 약한 것이 아니다. 선한 것은 연대를 통해 더 많이 강해질 수 있다. 교사를 하는 동안, 나의 소명은 스스로 자라려고 노력하는 학생을 돕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박한 배는 안전할지 몰라도 배의 정체성은 상실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