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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Oct 31. 2023

나는 나의 일을 하는 것이다


지금이 어떤 시기이든, 중요한 것은 현재 일하는 곳에서 매일을 충실하게 잘 보내는 겁니다. 결국은 그 시간들이 쌓여 자기 인생을 만드는 거니까요.

우선 일에 대한 관점을 달리해 일을 기회라 여겨보세요. 개인이라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얻기 어려운 기회를 회사 덕분에 가진다고 생각하는 거죠.

...어떤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고민하고 해법을 찾으려 애쓸 겁니다.
그런 밀도의 차이는 결국 10년 뒤 능력과 퍼포먼스의 차이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저는 월급쟁이를 할 때에도 회사 일이 아닌 제 일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인의식을 가져라'라는 말은 회사의 주인이 되라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의 주인이 되라는 뜻입니다. 아무리 하잘것없는 일이라도 내가 맡아하고 있다면 나의 일입니다. 그저 회사 일을 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나의 일을 하는 겁니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최인아 지음, 해냄



요즘 내가 하는 일들이 참교사병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참교사병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 납득이 되는 방법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해서는 안 되는 일 -행정실이 해야 하는데 교사에게 넘기는-은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부터 나는 교사로 오래 살 방법을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온전한 나로 사는 삶을 고민하고 내가 마음에 드는 나로 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에 하는 일들에 나의 열심과 애씀을 기꺼이 하고 있다. 그 안에서 내 일의 본질, 의미를 생각한다.


세상 피곤하게 왜 그러냐는 말들은 안 듣기로 했다. 그냥 내 쪼대로 살기로 했으니까.


삶은 유한하다. 내가 작년 갑상선암을 발견하고 이대로 죽는다면 무엇이 아쉬울까 생각했을 때, 내 아이들 곁에 더 오래 못 있어주는 것 외에는 없었다.


다시 학교에 복직하면서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시작으로 많은 교사들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이전 같지 않은 교직 환경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AI처럼 매뉴얼을 읊으며 아이들의 삶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 것이다. 약한 아이를 돕겠다고 폭력을 쓰는 아이에게 절대로 언성을 높여서도 안 된다. '그러면 안 돼' 하며 기분이 상하지 않게 말해야 한다. 이게 현실이다.


복직한 처음엔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니 울분에 가득 차서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수업을 하면 할수록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학원 한 번 안 가고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에서 싫은 소리, 좋은 소리 들으며 공부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들의 애정 어린 가르침 덕분이었다. 물론 나도 단체기합도 받고 출석부로 머리도 맞아봤다. 나쁜 것들보다 좋은 것들이 더 많았기에, 나 스스로 좋은 것들에 더 많은 비중을 두기에 그 시절이 괜찮다. 


내가 바라던 교사상은 지금 시대에 잘 지낼 수 있는 쿨한 교사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쿨하지 못해서 문제다.


요즘 난 재테크 책을 들여다보지도 못한 채 내 삶의 질문들에 답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내 안에서 생겨난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으면 날마다 자기검열하고, 날마다 후회하고 자책하는 삶에 찌들어 있기에 틈이 날 때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살기 위해서.


그러다 어느 순간, 눈물이 난다. 문득문득 눈물이 차오른다. 내가 그토록 원하는 교사의 삶에서 내가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차오를 때 그냥 눈물이 난다.


요즘 나의 애씀은 잘 보내기 위한 애씀이다. 내가 교사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세상에 나가는 날을 위해 애쓰고 있다. 학교에서 보내는 내 시간이 그냥 월급 받기 위해 채우는 시간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한 명의 아이라도 나로 인해서 조금이라도 성장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내가 참교사처럼 모든 걸 희생하는 교사는 아니다.


나는 No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학교 시스템에, 

현재의 교육 정책에...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권력을 휘두르는 관리자에...

나는 No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나는 학교에서 일하지만 나를 위해서 일을 한다. 내가 보내는 그 시간을 온전히 쓰고 싶다.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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