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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Nov 04. 2023

아이들의 실패를 응원하며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도전하고 실패한 학생들의 마음을 돌보는 일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는 감수성이 부족했을 것이다.


조금씩 나를 들여다보며 글을 쓸수록 스스로 자라나려고 애쓰는 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든 어른이든, 그런 사람들이 애틋하고 소중하다. 그 소중한 자들을 지켜주는 게 내 소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아니까. 온마음이 그의 마음과 같을 수는 없지만 내가 그렇게 애쓰며 피었기에, 그 애씀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나는 그들의 애씀을 알아주고 싶다. 힘들어도 그게 맞다고. 힘들어도 우리가 그렇게 사는 게 서로를 위하는 일이라고. 어쩌면 나의 이런 애씀은 '이기적 유전자'에서 말한 유전자들끼리의 호혜적 관계 맺음을 위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패를 생각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기보다는 실패를 할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그것을 전해주고 싶었다. 분명 방송부에 떨어진 학생들은 실패에 대한 실망을 할 것이다. 하지만, 너의 도전이 쓸모없다는 생각을 하지 말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들에게 안내장을 쓰고 문구류 선물을 준비했다. 다음 주 월요일 아이들을 모두 불러 이야기를 하고 격려해 줄 예정이다.


모든 시련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 이런 감수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련을 겪는 자들을 더 깊이 자세히 관찰하게 되고 배려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렇기에 시련을 겪는다는 것은 삶의 다른 면을 하나 더 보게 되는 것이다. 삶에 대한 지평이 넓어지는 것이다. 삶은 직선이 아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더 넓은 세상을 기꺼이 선물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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