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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Nov 05. 2023

나와 닮은 예비교사에게 내 온마음을 담아...


어제 예비교사들의 집회가 있었습니다. 같은 층을 쓰는 선생님께서 어제 집회를 함께 하신다고 말씀해 주셔서 저도 기사를 주의 깊게 찾아보았습니다. 현직 교사 100여 명도 참석해 주셨다고 했는데 그 선생님이 한 분이시네요. 저는 이런 분들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그 사람의 말보다는 행동을 보라는 말은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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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행동을 보면 됩니다. 다르게 말하면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주고 싶다면 말보다 행동을 하면 됩니다. 그냥 그렇게 행동하며 사는 사람이 되면 됩니다. 주말은 주중에 학교를 오가며 생각했던 것들을 많이 풀어내려고 합니다. 평일에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갑상선암 수술한 지 이제 10개월이 지났는데 9월 복직해서 맡은 체육전담은 몸으로 하는 수업이다 보니 정말 피곤합니다. 관리자의 성품에 따라 교사들의 복지가 달라집니다.(이 문장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요?) 그래서 주중에 쓰는 글보다 주말에 쓰는 글이 많습니다. 그동안 못 쓴 것까지 몰아서 풀어냅니다.


어제의 집회 기사를 보면서 예비 교사들이 알면 좋은 학교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MZ세대는 똑똑하니 저보다 더 잘할 것을 압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간혹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예비 교사들이 있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예비 교사라고 하니 궁금하시죠? 해당되시는 분만 읽으세요.

-다른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 못하고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한 분

-아이들의 삶을 진심으로 가꿔주시고 싶은 분

-어릴 때부터 교사가 되고 싶어서 다른 곳 쳐다보지도 않고 교직을 선택한 분, 다른 곳 갔다가도 다시 교직으로 돌아오신 분

-옳고 그름, 바른 삶에 대한 가치관을 따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

-노력에 노력을 더하여 열심히 사는 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모범생으로 살아온 분



물론 저 위의 것들을 모두 갖추었다 하더라도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는 삶을 잘 사신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의 현실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힘들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날마다 저에게 물으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저는 우호성이 아주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했고 그렇게 잘 지냈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부모와 상담을 할 때도 항상 좋은 교사이려고 애썼습니다. 그런데 좋은 교사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가 좋은 교사일까요?

모두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좋은 교사일까요?

모두에게 인정받는 게 가능할까요?

나쁜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게 칭찬일까요?

아이들에게 칭찬만 하는 게 좋은 교육일까요?

아이들을 훈육하지 않는 게 좋은 교육일까요?

아이들이 바라는 것만 주는 게 좋은 교육일까요?

...


작년에 몸과 마음이 아픈 한 해를 보내면서 저는 '교사로서의 제 삶'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도 저에게 교직은 두 번째 직장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버려본 적이 있기에. 한 번 원하는 곳을 찾아온 적이 있기에. 제 발로, 제가 원해서 온 곳이었고 그동안 교사 000이라는 제 이름이 너무 좋았습니다. "정쌤"하며 부르는 아이들의 소리도 너무 이뻤고 학교가 힘들었어도 저는 정말 좋았습니다. 동료에게 날마다 아이들에 대한 하소연을 했어도 그건 그 아이들을 잘 키워내고 싶은 욕심이었지 그 누구도 잘 안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은 언제나 새로웠습니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니까요.


그런데 아프고 나니 이 모든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코치님께서 "정선생님은 왜 그렇게 눈치를 보세요? 무엇이 그렇게 했을까요?"라는 말을 건넸습니다. 제가 누군가의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제대로 인지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좋은 교사'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욕먹기 싫었고 이왕 일을 한다면 칭찬받고 싶어서 그렇게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의 성격이 저를 '암환자'로 만들어주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한 순간이었지요. 그전까지도 제가 눈치 보는 사람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저 센스가 있어서 남들을 잘 챙기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욕먹기가 싫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안테나가 '남'에게 향해 있던 삶이었습니다.


작년 많이 아프면서 안테나를 '나'를 향하게 했습니다. 그러고 났더니 저에게 필요한 건 '미움받을 용기'였습니다. 그렇게 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저처럼 남들의 시선을 무척 인식하면서 살아온 예비교사가 있다면 그러지 마시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스스로에게 집중하시고 스스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자신을 위한 삶을 먼저 펼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비교사님을 위한 삶을 사세요. 그 삶 안에 교사로서의 삶이 있다면 기꺼이 교사로서의 삶을 살아내시길 바랍니다.


아시다시피 학교는 많이 아픕니다. 곧 나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지난 교사 집회에서 "학교는 망했습니다"라고 말씀하신 박상수 변호사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지금 학교는 많이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사들만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초등교육은 어느 순간 보육으로 전락했고 여기에서 더 좋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늘봄 교육'을 하겠다는 교육부의 모습을 보니 초등교육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무엇인지 더욱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의 교사들의 모습에서 우리 교육의 미래를 봅니다. 우리나라라고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어 보입니다. 변화의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교사로서의 삶을 잘 살아내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가 되겠다면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오시라 말하고 싶습니다.


교육만 하고자 교사를 택했다면 많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교육만 할 수 없고 올바르게 교육하기엔 많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저는 한 해 살이라는 해결책을 갖고 제 나름의 타협점을 찾은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저는 정교사로 교사를 하고 있지만 '한 해 살이'처럼 임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 덕분에 아직은 가르칠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저는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예비 교사들이 학교에 들어와서 상처받지 않길 바랍니다. 마음을 단단히 하고 지금의 현실을 너무 핑크빛으로 바라보지 마시고 스스로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꼭 생각하면서 교사로서의 삶을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제가 생긴다면 그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잘못된 것이라면 스스로 자책하지 마시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병가를 쓸 줄 아는 용기도 내시고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나 그냥 교대에 왔기에 그냥 교사가 되겠다고 생각하신다면 다른 대안도 많이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공부도 열심히 한 세대라는 것을 알기에 저의 글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도 그중에서 저와 같은 사람이 있을 거란 생각에 글을 씁니다. 그 한 사람을 위해서요.


사실 많이 아프고 많이 힘듭니다. 저도 저의 답을 찾아나가는 중입니다. 질문하는 사람은 결국 답을 찾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꾸준히 질문하고 답을 찾고 있습니다. 예비 교사에게도 저만의 답을 명확하게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하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혹시라도 궁금한 것이 있다면 비댓으로 남겨주세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선한 사람이 강해지는 세상을 꿈꿉니다. 교직 내에서도 좋은 관리자가 살아남아 후배 교사들을 보호하며 올바른 교직 문화를 꽃피웠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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