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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Nov 09. 2023

평범한 정쌤은 왜 글을 쓰게 되었나?

치유와 성장을 위한 저널링

글을 쓰다가 예전에 쓴 글을 읽게 되었다. 복직하고 내 삶을 들여다보니 나는 여전히 아이들과 하고 싶은 게 많은 교사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냥은 못 사는 사람인 것을 알아차렸다. 알아차린다는 것은 참 소중하다. 내가 가야 할 길을 알게 되는 것이다. 내 삶 안에 북극성의 존재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잃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2월에 쓴 글은 나의 노트북에 잠자고 있었다. 한글 파일에 만들어 놓은 글노트에 저장된 채로 잊혀져 있었다. 복직을 하고 두 달이 지난 지금 이 글을 보니 그때의 그 마음을 이제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복직하기 전에 너무 많은 상처들이 올라와 내가 아이들을 마주할 때 예전처럼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했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온전히 마음 주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했고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나는 애쓰는 아이들, 약한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다. 


아프지 않았다면, 상처받지 않았다면 이런 내 모습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프면서 내가 더 많이 나를 들여다봤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2월의 글이지만 그 글을 썼던 나를 떠올리며 꺼내본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과 같은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하던 시기에 나는 교직에 대한 고민이 너무나 깊었다. 


2023.02.18. 기록


교직 현실이 객관적으로 좋지 않다. 많은 분들이 모르는 이야기도 많다. 나는 그저 평범한 교사다. 평범하게 내 반 가르치던 교사이다. 이런 평범한 교사의 몰락이 시작되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슬프다. 내 주변의 착하고 성실한 교사들이 많이 상처를 받고 있어서 슬프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가 가끔 외롭지만 내가 교직을 관두는 날까지 나는 주인의 삶을 살 것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 앞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평범한 정쌤은 왜 글을 쓰게 되었나? 그냥 나를 더 알아보고 싶었다. 내 마음을,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내가 좋아서 하는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교사들이 지금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들에게 당신과 같은 내가 여기 이렇게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당신의 그 고민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고 나도 당신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우리 함께 고민해 보자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분명 사회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학교의 진통이 언젠가는 좋아질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도 솔직히 한다. 지금의 상황은 좋지 않으니까.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의원면직을 하고 명예퇴직을 하는 동료 교사들을 보면서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을 하고 부러워해야 하나. 나는 아직 교직에 미련이 많다. 학급 아이들과 여전히 꿈꾸는 세상이 있다. 그래서 아픈 몸이 나으면 아이들과 즐거운 학급을 만드는 것을 좀 더 해볼 생각이다. 그렇게 해보고 나의 꿈이 아니라면 내려놓을 생각도 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되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에 안달복달하지 않기로 했다. 


내 건강을 잃으면서 일을 하게 되면 그 피해는 나보다 내 아이들이 더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프면, 죽으면 끝나는 일이지만 내 아이들은 그 뒤를 모두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가 나만큼 나이 먹을 때까지 살아주고 싶다. 곁에서 ‘그런 날도 있어’,‘다 괜찮아’, ‘오구 내 새끼, 사느라 애쓴다’하며 그냥 안아주고 싶다.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로 교사를 하고 싶다.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 더 좋은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그래도 정의롭길, 그래도 배려하길, 그래도 노력하길 말하고 싶다. 사는 게 어렵고 힘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괴롭게 살지 않길 바란다. 


이렇게 태어난 것 만해도 큰 행운인데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인간다움을 만끽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선생(先生), 먼저 살아온 자로서 아이들에게 그런 교육을 하고 싶다. ‘먼저 살아보니 이랬어, 너희들의 삶은 더 빠르고 더 다양해질 테니 좀 더 그것을 만끽하기 위해 생각을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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