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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Nov 07. 2023

누가 내 편인지 알아보는 안목은 정말 중요하다

치유와 성장을 위한 저널링

살면서 필요한 능력 중 하나는 누가 내 편인지 알아보는 안목이라는 것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더 많이 깨닫게 된다.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를 보고 어른들의 모습을 본다.

9월 복직해서 다니는 학교는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서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많은 편이다. 수업 태도가 좋지 않거나 날마다 아프다고 체육시간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담임교사에게 하소연을 하면 아프지 않은 아이가 없다. 나의 하소연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순간이 온다. 아이는 몸보다 마음이 아파서 자신의 몸을 움직여야만 하는 체육시간에 앉아만 있고 싶었던 것이다. 몸보다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아이들의 삶을 알고 나면 가끔 '공부가 뭣이 중헌디' 하는 생각이 절로 들 때가 있다. 공부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가 필요하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지 모르고, 자신을 그렇게 아껴주는 어른이 없어서 함부로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 서사를 알면 공부 못한다고, 수업 시간에 떠든다고, 수업 시간에 아무것도 안 한다고 무턱대로 뭐라 할 수가 없다. 

복직하고 두 달, 그렇게 나는 아이들의 삶을 알아가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가끔 선을 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는 화가 난다. 참고 참아내지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함부로 친구를 건드리고 친구와 장난치고 떠들어서 다른 아이들의 수업을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아이들에게는 화가 난다. 그래도 화낼 수 없기에 참고 참았다가 이 순간들을 매시간 참아내는 아이들을 위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마리 늑대 이야기도 해주고 나폴레옹의 이야기도 해주고 나의 좌우명도 말하며 이야기를 해 준다. 매시간 그럴 수는 없다. 어쩌다 한 번씩 해준다. 혼내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아이들의 떠듦과 방해 속에서도 수업을 듣고자 애쓰는 아이들을 위해서 해 준다. 네가 하는 그게 맞다고. 그러니 환경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너의 지금의 모습으로 수업을 잘 들으라고. 그렇게 말을 한다. 암호는 아닌 데 암호처럼 그 아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스스로를 존중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사람은 꿈과 희망을 간직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사람은 오늘을 살지만 내일도 준비하기 때문이다. 힘든 오늘을 살아내며 내일은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희망을 간직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나의 마음을 잘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이 드니 나는 내 편을 제대로 알아보고 있나 하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되었다. 내 편인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면 누구를 신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와 만난다. 누구와 호혜적 관계를 이룰 것인가. 직장에서 내 편을 알아보는 것,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내 편을 알아보는 것은 참 중요하다. 누구의 말을 믿고 함께 할 것인가. 힘든 교직에서도 좋은 동료와 좋은 관리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분들을 알아봐 주고 그분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편을 알아보는 안목, 그건 나에게도 무척 중요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내가 더 성장하는 것 같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아이들을 통해 나도 배운다는 것이다. 내 애씀이 도움이 되는 아이들에게 가서 닿길 바란다. 아이들이 나를 자신의 편임을 빨리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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