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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Nov 15. 2023

저널링은 아이들을 다시 가르칠 용기를 내게 한다

치유와 성장을 위한 저널링

‘짓밟힌 교권, “아이들에게 다시 희망을 가르치고 싶다”는 기사를 읽었다.(세계일보, 2023.11.12. 김동환 기자) 기사에서는 자녀의 학교폭력 회부 통보에 학교로 찾아와 수업을 하던 초등교사를 학부모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했다고 전한다. 이에 대하여 폭행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의 1심 선고가 오는 23일 있다. 폭행을 당한 교사는 학부모의 비위를 맞췄다면 지금과 같은 일은 없었겠지만, 제자들이 또 다른 학교폭력 앞에 고개 숙일까 우려해서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리고 교사는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에서 '아이들에게 미래와 희망을 가르치는 교실로 돌아가고 싶다' 고 전한다. 이 사건에 대하여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은 '교권 침해'가 아닌 '교사의 삶이 살해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교권침해를 당해 몸과 마음이 아픈데도 ‘아이들에게 미래와 희망을 가르치는 교실로 돌아가고 싶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마음이 아팠다. 언제부터인지 조금씩 학교에서 ‘아동학대 고소’와 ‘교권 침해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면서 생활지도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생활지도를 하면서도 ‘아동학대 고소’를 걱정하는 교사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파고든 두려움과 걱정은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무력감을 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참교사는 단명한다’는 말은 지금의 교육 현실에서 가르치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교사들의 자조적인 목소리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고소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씁쓸하다. 내 안에 ‘아동학대 고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온 순간부터 가르치는 일에서 자꾸만 뒷걸음질 치는 나를 발견했다. 처음엔 나도 상처받지 않기를 택하며 ‘학생과의 거리 두기’를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 교사로서의 삶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해를 가르쳐도 학생들과 즐겁게 교실 생활을 하고 싶었다.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르치는 교사로 살고 싶었다. 두려움에 떨며 옳고 그름, 바른 삶을 가르치는 것을 잘라내고 싶지 않았다. 


재판을 앞둔 교사의 말속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많은 교사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가르치는 일이 좋아서, 어릴 때부터 교사를 장래희망으로 간직했던 많은 교사들의 마음이 그와 같으리란 것을 알고 있다. 우리가 두려운 건 제대로 가르칠 수 없는 교육 현실이지 재판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 과정까지 가더라도 결코 쓰러지지 않을 우리 안에 단단한 힘이 필요하다. 내면의 단단한 힘을 위해 꾸준히 저널링하며 교사로서의 자신의 삶을 가꾸었으면 좋겠다. 노트 한 권을 펼쳐서 교사로서 지금의 삶이 왜 힘든지 적어보자. 그리고 어떤 모습의 교사로 살고 싶은지 적어보자. ‘아동학대 고소’가 두렵다면 왜 두려운지도 적어보자. 내 안의 두려움, 불안, 무력감, 우울 등의 모든 감정들을 저널링노트에 다 써 보자. 그렇게 하다 보면 ‘내가 왜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지?’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다시 가르칠 용기가 생긴다. 옳고 그름, 바른 삶을 가르치는 일은 결코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그러니 선생님들이 저널링노트에 자신의 모든 감정을 풀어냈으면 좋겠다. 내면의 단단한 힘을 기르기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에게 다시 희망을 가르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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