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300원이었던 날

2026년 1월 2일 금요일 날씨: 너무너무 추워

by 대차게해봄

오늘도 추웠다. 날씨가 추워서 추웠을까. 아니다. 129,300원 때문이었다. 그 숫자가 내 체온을 빼앗아 달아났다. 삼성전자 주식.


25년 6월, 삼성전자가 64,000원일 때 나는 참 많이도 팔았다. 아파트 잔금을 쳐야했다. 그리고 11월, 101,000원이었을 때 또 팔았다. 더 떨어질까 봐 겁이 나서 팔아버렸다. 그런데 오늘은 129,300원까지 올라가 버렸다. 내 돈은 날아가지 않았는데 내 한숨은 저 너머까지 울렸다.


주식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어제에 이어 오늘도 다듬었다. 무엇을. 시댁 밭에서 가져온 노지 시금치를. 뿌리 흙을 닦아내고, 누런 잎을 떼고, 씻고, 씻고, 씻고, 또 씻고, 데치고 다시 씻고, 꼬옥 짜내고, 봉지에 생수 한 국자를 넣어 포장하니, 세 식구 두 끼 분량으로 12봉지가 나왔다. 꼬박 네 시간이 걸렸다. 네 시간 동안 내 마음을 다듬어야만 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더 낼 걸, 몰라서 겁이 나는 거야, 주식 공부 좀 미리 해둘걸, 아오, 하이닉스도 더 사둘걸. 밀려오는 후회를 떼고 씻고 뜨거운 물에 던져버리고 찬물 다시 헹궜다. 그래도 남아 있었다. 지독한 놈!


어떤 강의에서 레이 달리오의 책<원칙>을 세 번 읽기 전에는 투자하지 말라고 했다. 어떤 투자자는 이 책을 성경처럼 매년 통독한다고 했다. 내가 원칙을 안 읽어서, 책을 덜 읽어서 이런 거겠지. 충분히 벌 수 있었는데 못 번 돈, 손에 잡히지도 않는 그 돈이 내 속을 긁고 있다.


이 밤에 책이나 주문해야겠다. 모든 것이 다 올라가기만 하는 세상에서 어지럽지 않기 위해, 내 하루를 망치지 않기 위해, 책을 붙들어 매야겠다.


<대차게해봄>

이 밤에 가계부도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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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가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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