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못 가요

2026년 1월 9일 금요일 / 날씨: 슬프게 추움

by 대차게해봄

앞으로 읽어도 요가 가요.

뒤로 읽어도 요가 가요.

요가

가요

왼쪽부터 세로줄로 읽어도 요가 가요.

오른쪽부터 세로줄로 읽어도, 가요! 어디? 요가!

그런데요. 저는 당분간, 요가 못 가요.


<요가 가요>라는 이름으로 요가 이야기만 담은 브런치북을 연재하겠다고 호언장담했건만. 인생은 늘 호언장담 앞에서 무릎을 꺾어버리지. 하필, 내 무릎이었다.


오늘 원장님께서 나의 오른쪽 무릎 MRI 사진을 보며 말씀하셨다.

“바깥쪽은 근육 파열, 안쪽은 물이 찼고, 연골은 1.5cm 정도 패임. 근육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지만, 연골 패임은 줄기세포 치료가 필요함. 수술비만 1,200만원. 수술 후 최소 6주간 오른쪽 다리는 땅을 딛으면 안 됨.”


6주간이나 비체중 부하라니. 그럼, 우리 포도 등원과 하원은 누가 시키나. 포도가 다니는 유치원은 버스 운행을 하지 않는다. 거기다 내가 목발 짚고 다니는 동안 혹시라도 친정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해. 아빠는 이미 의사가 선고했던 날보다 더 살아주고 계시지만, 그래도, 불안하다. 그리고 수술비는 어쩌라고요.

“주식해서 돈 벌면 뭐해. 수술비로 다 나가게 생겼는데.”

병원에 갔다 와서 남편 얼굴을 보자마자 내가 한 소리다. 수술비에, 입원비에, 간병비에, 포도 돌봄비까지 나가야 할 텐데. 돈은 왜 항상 들어오는 속도보다 나가는 속도가 빠른 것인가. 거기에 '걱정'이라는 가속도가 붙으면 무서워진다.


근육이 찢어진 이유를 자꾸만 되짚어 보게 된다.

12월 23일(화) : 아쉬탕가할 때 펄펄 날아다님

12월 24일(수) ~ 29일(월) : 요가원 결석. 하루 동안 벼락치기로 스쿼트를 과하게(1000개 정도)함. 친정과 시댁을 오가며 다리를 구부릴 때마다 불편했는데, 성장통으로 불렀음. 이름만 잘 붙이면 다 괜찮아지는 줄 알고.

12월 30일(화) : 아쉬탕가할 때 오른쪽 다리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고 구부리기가 매우 불편했음.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최소한으로 사용함. 그런데도 끝나자마자 바로 남편과 헬스장에 가서 무게를 쳤음. 남편이 계속 3세트씩 하라고 했으나, 나는 요가를 충분히 했다는 이유로 2세트씩 했음. 3세트를 했으면 더 큰일날 뻔 했음.

12월 31일(수) : 가벼운 요가 수련 후 런닝머신 20분. 불편했지만 할 만하다고 판단함. 완전 오판함.


그 이후로 찜찜해서 계속 요가원에 결석했고 다른 운동도 안했는데, 오른쪽 다리는 점점 더 불편해졌다. 그렇다면 내 연골이 저렇게 된 이유는 뭘까. 글로 적으니 신세 한탄이 되었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신세 한탄을 승화시킬 수 있을 때 쓸 예정).


요가를 못 가서 슬프다. 더 슬픈 건, 내가 나를 아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식비, 전기, 시간은 그렇게 아끼면서 정작 제일 중요한 내 몸은 아끼지 않았다. 아낀다고 말만 했지, 아끼기는커녕 나를 몰아붙였다. 조금만 더 해. 충분히 할 수 있어. 지금 하기 싫은 건 게으름 피우는 거라고. 더 하라고. 나를 아끼는 건, 의지박약이라고 생각했다. 참 희한하지. 투자할 때는 원금을 지키려고 그렇게 안간힘을 다 쓰면서, 내 몸이라는 원금은 왜 이렇게 막 부렸을까. 내가 자주 쓰는 오른쪽 무릎은 이런 나를 뜯어 말리기 위해 욕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야, XX. 제발 그만하라고.”


이미 무릎은 상했고, 상한 뒤에 해야 할 일은 하나다. 회복. 나는 다른 수련을 시작한다. ‘회복’이라는 수련, 내 몸에 딱 맞는 수련. 무릎을 쓰지 않는 아사나를 모아 집에서 그것만 하겠다. 책<요가 디피카>를 펼친다. 펄펄 날아다니는 수련 말고, 이 꽉 깨물며 버티는 수련 말고, 나를 낫게 하는 아사나를 찾아볼 테다.


2026년에는 정말이지, 뭐든 덜 해야겠다.

그런데 도대체 뭘 덜 해야 할까.

지금보다 덜 해도 잘 살 수 있을까.

더 뒤처지는 건 아닐까.


덜 해야 하는 건 ‘노력’이 아니라, ‘무리’다.


<대차게해봄>

회복


+

요가원 동생 아난다와 이 사진을 찍으며, 겨울에는 눈 밭에서 다른 아사나를 하며 찍자고 했는데. 고등학생처럼 깔깔깔 거렸는데. 좋은 시절이 다 가버린 것 같아 쓸쓸한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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