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정을 떼기 위해 소멸하는 방식으로

2026년 1월 30일 금요일 날씨: 피곤해서 더 추움

by 대차게해봄

우리집에서 차로 3시간 30분 가야 하는 친정 대구, 2주 연속 가는 길은 피곤하다. 남편이 운전하고 나는 뒷좌석에 편안히 앉아 가는데도 피곤한 걸 보면, 피곤은 상황이 아니라 마음에서 오나 보다. 싫은 내색 전혀 없이 함께 가주는 남편이 더 또렷하게 고맙다. 남편과 나는 진짜로 부부다.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존재, 부부.

지난주에는 엄마를 보러 갔다. 급격하게 기력이 쇠한 아빠를 돌보는 엄마의 슬픔을 덜어주기 위해 갔다. 오늘은 아빠 생일이라서 가는 길이다. 작년 아빠 생일 때는 온 가족이 노래를 부르고 케이크를 먹었는데, 올해는 어떡해. 병원에 누워있는 아빠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생일을 축해해드려야 할까. 아빠가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보고, 한 번이라도 더 손을 잡는 일이 아빠를 위한 일인지,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대구 친정에 가는 길이 힘들어질수록, 아빠와 헤어지는 일은 오히려 더 쉬워질 수도 있다. 어쩌면 아빠는 나와 점점 정을 떼는 중인걸까. 당장 작별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소멸하는 방식으로 아빠는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대차게써봄>
흔들리는 차 안에서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9화후회로 피곤했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