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도 이혼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내 삶의 점들

by 아삼

결혼은 행복하게 잘 살려고 하는 것이다. 이혼하려고 결혼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행복하게 살기에 실패한 수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한다. 그들은 결혼을 후회할까? 내 주변의 경우로 봤을 때는 후회하는 경우는 없다. 0%. 물론 주변이라는 집단은 근거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나 또한 그렇다. "나는 결혼한 것도, 이혼한 것도 후회 안 해. 진심이야" 덧붙인 진심이야 라는 말이 진심이 아닌 것처럼 보였던 걸까. 내 말을 들은 언니는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내 진심을 타인에게 납득시켜야 할 이유는 없으니 조용히 입을 다문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것 외에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혼 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지를 안다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행복을 찾아서 이혼을 했다기보다 그저 그때는 죽을 것 같아서, 이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서 반쯤은 자포자기로 이혼을 진행했다. 어디든 이 끔찍한 결혼생활보다는 낫겠지. 어차피 지금이 바닥인데 더 내몰릴 데가 있겠어? 그리고 나의 생각은 적중했다.



아마 이혼을 하지 않았으면 여태까지도 결혼을 후회하면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혼을 했으니 결혼조차 후회하지 않는다. 삶에는 장애물과 시련이 당연하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며 신을 원망할 일도 많다. 하지만 결국 지나 보면 언젠가는 '아, 이러려고 그랬구나!'라는 순간이 찾아온다고 한다. 나에게는 이혼이 그런 일이었다. 지나 보니 아, 그러려고 그랬구나! 결혼도, 이혼도 지금 내 삶을 그리기 위한 점들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지나 보니 내가 겪은 고통은 모두 성장통이었다. 사랑받고 사랑 줬던 추억도 내 삶의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뭣보다 그 시간들에 대한 증거인, 나의 아이가 있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이 소중한 만남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찔하다. 결국 내 인생의 모든 선택지는 이 작은 천사를 만나기 위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하다. 그러니 내가 결혼을 후회할 수가 있나.



별거 후 나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정말 행복한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게 맞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나?’ 항상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백 번 천 번을 다시 돌아가도 이혼했을 거라는 게 내 답이었다. 만약 이혼 후 술로 날을 지새우며 신세한탄이나 하고 살았다면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뼈를 깎는듯한 상실의 아픔이 지나가고 나자 내 삶은 이상하리만큼 화창해지기 시작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몇 년 만에 자유로움과 행복함을 느꼈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는 나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지금 잘 살고 있으니 이혼을 후회할 이유가 없다. 나는 결혼도, 이혼도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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