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신문이 보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by Ben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어느 여름날이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지하철역에서 마을버스로 세 정거장을 가거나, 걸어서 갈 수도 있었다. 지도앱에서 걷는 게 오 분 정도 더 걸리지만 실제 걷는 시간은 비슷하다는 걸 확인했다. 잠깐이라도 에어컨 바람을 쐬고 싶은 마음에 고민 없이 도서관과 반대 방향인 출구로 나와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세 번째 정류장에서 내린 뒤 알게 되었다. 이 짧은 거리는 늘 정체구간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정류장이 비정상적으로 붙어있다는 것을.

괜히 손해 본 것 같은 기분으로 몇 걸음 옮기니 거대한 계단이 장벽처럼 펼쳐진, 계단 위쪽으로 뭐가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도서관 부지로 접어들었다. 계단을 오르다, 남은 계단의 수가 내 시선보다 짧아진 순간! 도서관의 늠름한 자태가 푸른 하늘과 대비되어 시선에 꽂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처음 마주했을 때와 맞먹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암, 이 정도는 돼야 국립이지. 국뽕이 차오르는 순간이었다.


녹아내릴 듯한 날씨에도 이곳을 찾은 이유는, 온전히 공짜 신문을 보기 위한 일념 때문이었다. 정회원이 되면 전 세계 종이신문을 볼 수 있는 프레스리더의 유료 구독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넓고 푸른 잔디밭을 지나 들어간 건물 내부는 높은 층고로 확 트여있었다. 둘러보니 정면에 인포 같은 게 하나 있고, 오른쪽 구석에 '정기 이용증 발급실'이라는 간이 부스가 보였다. 정면에 "정회원 되려고요." 하니 간이 부스를 성의 없이 가리킨다. 그분은 자료실 입구에서 소지품이나 입장 자격을 확인하는 보안요원인듯했다. 정회원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었고, 정기 이용증이 정회원이었다. 나같이 눈치 없는 맹꽁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해는 하지만 조금 더 친절해도 될 것 같은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시스템 오류로 기약 없이 대기해야 한댔다. 이용증은 수기로 정보를 받고 후발급을 조건으로 입장하게 해줬지만, 나는 '정회원 승급'이 목적이었다. 거의 한 시간을 대기하다 포기하고 돌아왔다. 집에 누워 한숨 돌리니 오늘 꼭 마무리 져야겠다는 투지에 사로잡혔다. 조금 지나 전화로 문제가 해결됐음을 확인한 나는, 다시 버스를 탔다. 손해 본 것 같은 기분을 느낀 과거의 나에게 손해가 아니라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격려를 보내면서.


그렇게 도서관 마감을 40분 남기고 드디어 정회원이 되었다. 1층 로비에서 통유리로 된 2층 자료실의 한 측면이 보였다. 안락한 1인 소파에 기대 누워 뭔가를 읽고 있는 사람들을 나는 감정 없이 올려다봤다. 경주마 마냥 옆 시선을 차단하는 안대가 씌워진 듯, 좁은 시야 속이었다. 자료실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후회가 남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네니오."


국립중앙도서관이라는 상징성,

그곳에 비치된 자료들,

각 도서관이 갖는 고유한 공기.

이것들을 놓친 게 아쉽긴 하지만 난, 공짜 신문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정말 그뿐이었다.


이제는 푸르른 기억으로 남은 그날의 나들이를 회상하며, 겨울의 문턱에서 나는, 신문을 읽은 적이 없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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