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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Sep 13. 2017

나의 간절함을 기억하는 분

너무 힘든 날이었다.

하나로도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하루아침에 나를 향해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벌써 몇 년이 지난 일이지만

힘없이 공원 한가운데에 서서 하염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던 기억은 잊히지 않는다.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쉽게 눈물을 보이지도, 괜스레 힘들다 말하지도 않는 내가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던 그런 날이었다.


나의 고통이, 간절함이 그분의 시선에 보잘것없는 일이라
너무 쉽게 간과하시는 것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산처럼 커 보이는 이 고통도 누군가에게는 어린아이의 어리광 같을 수 있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 나조차도 인생에 한 번쯤 오를법한 언덕에 불과한 작은 고난일 수 있다는 것을

천지를 창조하신 전지전능한 그분의 시선에서는 보잘것없는 고민과 걱정일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더 억울했다.

모든 만물을 주관하는 그분의 시선에는 너무 보잘것없는 작은 고통이라 간과하는 것만 같아서,

그저 누구나 겪는 별것 아닌 일이라 치부하여 그렇게 모른 척하는 것만 같아서


원망 가득한 말투로 한참을 울부짖고 나서야 느낄 수 있었다.
나보다 더 가슴 아파하고 있는 그분을, 여전히 나를 위로하길 원하는 그분을


그렇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머금고 그분을 향해 원망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당신에게는 보잘것없고 하찮은 고민과 걱정 일지 모르지만

지금의 내 고민을 우습게 여기지 말아달라고, 지금 나의 간절함을 가벼이 여기지 말아달라고,

지금 나에겐 이 하찮은 고통이 죽을 만큼 견디기 힘들다고, 지금 나에겐 목숨 같이 중요한 일이라고

그러니 어린아이의 칭얼거림이라 치부하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한참을 울부짖고난 뒤에야 느낄 수 있었다.

나보다 더 마음 아파하며 눈물 흘리시는 그분의 마음을

나의 간절함을 절대 가벼이 여지 않는 그분의 시선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나를 위로길 원하는 그분의 손길을


40년을 기다려온 모세에게 그 땅을 허락하지 않았던 그분,
그러나 기억하셨다. 그의 간절함을, 그의 외침을, 그의 울부짖음을


이스라엘 백성을 노역의 땅 애굽에서부터 출애굽 시켰던 모세

그렇게 그분의 명을 따라 40년의 광야생활을 묵묵히 견뎌온 그였지만

그는 약속의 땅 가나안을 목전 앞에 두고 멈춰 서야 했다.

얼마나 그에게 그 땅을 밟는 일이 간절했을까?

나로 건너가 그 땅을 밟게 해달라던 그의 간절한 외침에도

그분은 이 일로 다시 내게 말하지 말라며 너무도 냉정하게 그 땅에 들어가는 것을 막으셨다.

참 냉정해 보였다. 그분의 사람이라 감히 칭함 받았던 모세였지만 그의 간절함, 그의 울부짖음에도

그분은 그 땅을 그에게 허락하지 않으셨다.


냉정하게만 느껴졌던 그분의 모습 뒤로

모세의 울부짖음에 함께 가슴 아파했던 그분을

그의 간절함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던 그분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간절함을, 울부짖음을 이천 년이 지난 순간까지 기억하고

예수님이 세 제자와 가나안 변화산에 올라 영광의 모습으로 변하시는

가장 영광스러운 그때에 그에게 그 땅을 밟게 하셨다.

기억하셨다. 그의 간절함을, 그의 외침을, 그의 울부짖음을


나의 고통을, 간절함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그분을 마주할 수 있어서,
그분의 하염없는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 오늘을 넉넉히 견뎌낼 수 있다.


나의 고통에 나보다 더 가슴 아파하는 그분의 마음을 느끼는 것이 좋다.

나의 간절함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그분을 마주하는 것이 좋다.

나보다 더 많은 눈물로 날 위로하는 그분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그분의 놀라운 계획하심과 예비하심을 믿기에, 그분의 넘치는 사랑을 느낄 수 있기에

오늘 내게 주어진 삶의 무게도 넉넉히 견뎌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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