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로 Oct 15. 2017

함께한다는 이유만으로

가끔 삶이 너무 힘들고 버거워 모두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을 때,

나를 향해 몰아치는 거센 파도를 더 이상 감당해내기 어려울 때,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마다 어김없이 누르는 번호가 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아무 이유도 묻지 않고 달려와 조용히 내 옆에서 함께 걸어줬다.
어떠한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몇 마디 말로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는 그냥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주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상황이 변하지 않아도
함께한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한 사람이 있다.

 
유희열이 아내와의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방송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어머니 손에서 자란 그는

왕래가 없던 아버지와 친가 친척들을 10년 만에 뵙고 여자친구를 인사시켰다.

그 자리에서 아버지와 친척들은 서로를 비난하며 분위기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그는 아내에게 자존심도 상하고 치부를 들킨 것 같아 눈물이 살짝 났다고 한다.


그때 아내가 그를 다독이면서 한 마디를 건넸다.

"내가 행복해지려고 오빠를 만나는거 아니야, 불행해도 오빠가 옆에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서 만나는 거야"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 사람에게 내일을 걸어도 충분하겠다고 생각했다고 그는 고백했다.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한 사람이 있다.
내 옆에 있는 그가 지금의 고통을, 고민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에게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될 때가 있다.


그분을 통해 가장 높은 곳에 오르고 싶은 이유로
그분과 함께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난 그분을 통해 내 인생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은 욕심을 부렸던 것은 아닌지,

그분은 능히 모든 것을 하실 수 있기에, 가장 좋은 것을 주신다 약속하셨기에

그분이 내 인생을 크게 변화시켜 혼자 힘으로 오를 수 없는 가장 높은 곳 위에 세울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그분의 곁에 머무는 것을 행복이라 여긴 것은 아닌지 되짚어본다.


그분과 함께함이 나에게 더 힘든 길을 예견할지라도 그분과 함께한다는 이유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

능히 하실 수 있으나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그분과 함께하겠다 외치던 다니엘과 세 친구처럼

그분과 함께라면 거친 폭풍 속 바다 위를 걷는 것도 두렵지 않았던 베드로처럼
그분과 함께한다는 이유만으로 내 인생은 충분히 복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분과 함께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꿈꾼다.


어떤 길 위에 서있는가 보다 그분과 함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삶
무엇을 하고 있는가 보다 그분과 동일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지가 더 가치 있는 삶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가 아닌 그분과 함께함 그 자체로 충분한 이유가 되는 삶


세상이 주는 유한한 가치를 내가 취하지 못했으나

그분이 주는 무한한 가치에 내 인생은 충분히 행복했다 말할 수 있는 삶,

그분과 함께 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했던 그런 삶을 꿈꿔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간절함을 기억하는 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