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로 Oct 12. 2017

사랑과 우정 사이

남녀 사이에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너무도 오래된 심지어 고리타분하게까지 느껴질 수도 있는 주제가 아닐까 싶다. 

이 논쟁의 끝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합리적 논거에 따라 또는 남녀 사이의 관계에 대해 

각자가 주장하는 바에 따라 서로 다른 결론이 지어질 수 있다.


남녀 사이의 관계는 이러해야한다고 각자 정의하는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친구사이가 연인이 되는 모습도, 남녀 사이에 오랜 친구로 우정을 이어가는 모습도

아주 가끔은 연인이 친구로 남아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조차도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기에

이성과의 관계는 이러해야 한다고 스스로 정의하는 모습 그대로 각자 그 틀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성 간의 사랑과 우정을 시작하고 키워가는 모습은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띠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그와 대화가 잘 통해서, 그가 편해서, 나는 잘 이해해줘서, 나와 취향이 비슷해서 

아니면 나도 모르게 언젠가부터 그는 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남아있게 되는 과정 속에서 연인과 친구사이에 큰 차이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랑이라는 단어의 포괄적 범주안에서
친구와 연인의 관계는 유사한 모습을 띠고 있는지도 모른다.


심리학에서 사랑에 관한 오랜 논쟁 중 하나는 사랑을 감정(emotion)의 영역으로 볼 수 있는가이다.
감정이라는 영역으로 정의되기 위해서는 특정 심리적 패턴이 일정한 생리적 활동과 연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을 단순히 심장이 뛰고 호흡이 빨라지는 신체적 반응만으로 정의 하기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포괄하는 영역이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연인 관계뿐만 아니라 가족관계, 친구관계 또는 다른 누군가와의 관계를 정의할 때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동일하게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이성과의 친구 또는 연인이라는 관계 모두

사랑이라는 단어의 포괄적인 범주안에서 동일하게 해석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친구와 연인 그 사이를 구분 지어 정의하는 것은
어쩌면 설렘이라는 작은 떨림에서 부터일지도 모른다.  


다만 친구와 연인 그 사이에는 설렘이라는 작은 감정의 요소가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의 차이일 수도 있다.
나에게 소중한 그 사람을 향해 설렐 때 그 관계는 연인이라 정의되고,

설렘이라는 단어가 찾아오지 않을 때 우정이라 정의되는게 아닌가 싶다.


설렘, 어쩌면 나도 모르게 잠시 왔다가 조용히 사라져 버리는 바람과 같은 작은 떨림이

그와 나와의 관계를 정의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사랑과 우정, 그 사이를 쉽게 결론짓고 싶지 않다.
지금 내 옆에 누군가가 언제 설렘이란 단어로 다가올지 모르니까.


사랑과 우정, 어쩌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물안개와 같은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를 하루에도 수십 번 넘나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사랑과 우정을 쉽게 결론짓고 싶지 않은 이유이다.
지금 옆에 있는 소중한 누군가가 언제 나에게 설렘이라는 단어로 다가올지 모르니까




.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이별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