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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Oct 17. 2017

이기적인 사랑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없었다.
아무런 떨림도, 어떠한 설렘도 없이 시작했던 사랑은 아니었다.


그를 생각하면 이유 없이 미소 짓는 나를 발견했고,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 걷다 문득 그의 번호를 누르고 싶어 졌다.
그것이 사랑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다시 살아보고 싶어서, 다시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끌려서
그렇게 이기적인 사랑을 시작해 버렸다.


그때는 그가 내민 손을 잡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기에
그의 옆에 기대지 않으면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것만 같았기에

그의 환한 미소가 황무지 같던 내 마음에 한 송이 꽃이 되어줄 거라고
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멈춰버린 것만 같았던 내 심장을 다시 뛰게 해줄 거라 믿었기에

책임지지 못할 사랑, 지키지 못할 사랑을 너무 쉽게 시작해 버렸다.


그와의 인연의 끝이 어떤 모습일지 잘 모르겠지만
다시 살아보고 싶은, 다시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끌려
지금 이 순간, 이 마음, 그리고 이 감정을 간직하고 싶은 욕심에
그렇게 지극히 나만을 위한, 나만을 생각한 이기적인 사랑을 시작했다.


어쩌면 그냥 모른척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그를 사랑하게 될 거라 믿었으니까


지금의 이런 한심한 나라서, 내가 줄 수 있는 마음이, 건넬 수 있는 사랑이 고작 이것뿐이라서

설레는 마음보다 미안한 마음이 앞섰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사랑하는 이유보다 미안한 이유가 더 많았던 이기적인 사랑의 끝은
그렇게 그에 대한 미안함과 상처만 남기고 연기처럼 사라졌다.


처음부터 이 사랑의 끝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냥 모른척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그를 사랑하게 될 거라 믿었으니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에 대한 마음이 커질 거라 믿었으니까


그와 함께하는 세상을 그려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멈춰버린 듯 뛰지 않는 심장을 나도 어찌할 수 없었다.


그와의 미래를 꿈꿔보려 하기도 고,

그와 함께하는 세상을 그려보려고도 다.
그여야만 하는 이유로 스스로를 설득해보기도,
그가 가장 적합한 이유를 객관적으로 증명해 보려고도 다.


하지만 멈춰버린 듯 뛰지 않는 심장박동과
진심으로 바라볼 수 없었던 그를 향한 시선을 나도 어찌할 수 없었다.


어떠한 변명도 자기합리화도 하고 싶지 않다.
그저 그가 조금만 아파하길, 조금만 슬퍼하길 간절히 기도해볼 뿐이다.


미안하다는 그 말조차도 그에게는 너 가혹한 일이란 걸 알기에
이 만남의 끝은 모두 나로 인한 것임을 너무도 잘 알기에

어떠한 변명도 구차한 자기합리화도 하고 싶지 않다.


그냥 그가 조금만 아파했으면, 조금만 슬퍼했으면,
그런 못된 사랑, 이기적인 사랑에 상처받지 않았으면
그저 모든 원망과 비난이 나에게로만 향하기를 간절히 기도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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