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어떤 사랑을 시작하는게 쉬운지,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것이 편한지
사랑을 계산하기 시작해버렸다.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면 더 이상 가슴이 뛰지 않는 그런 계산적인 사랑에 이제 익숙해져 버렸다.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너무 많이 겪어서
더 이상 가슴으로만 하는 사랑이 쉽지 않다.
사랑에 대한 경험들이 너무 많이 쌓여서, 현실의 높은 벽을 너무 빨리 알아버려서
더 이상 가슴으로만 하는 사랑이 쉽지 않아졌다.
어른이 된 거라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이제 현실을 알게 된 거라고
그런 흔한 변명들로 스스로를 위안해보지만
그 뒤에 밀려오는 알 수 없는 씁쓸한 기분은 지워지지 않는다.
언제부터였을까 설렘보다 현실이 더 두려워진 것은
어디서부터였을까 사랑하는데 이유가 필요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그 사람을 향해 건네고 싶은 마음의 크기보다
받을 수 있는 사랑의 크기가 먼저 보이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사랑이란 이름의 설렘보다 현실이라는 무게가 더 버거워져 버린 것은
어디서부터였을까 그 사람을 사랑하는데 이유가 필요하게 된 것은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제 그런 풋풋한 사랑은 내 몫이 아니란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런 못난 사랑, 바보 같은 사랑을 탓해본다.
바람이 불어오는 밤이면, 슬픈 노래가 들려오는 날이면
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때의 그런 풋풋한 사랑이 그립다.
사랑에 이유가 필요 없던 그때가, 주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그 마음이
오늘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던 그날이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슬픈 노래가 들려오는 날이면
가끔은, 아주 가끔은 가슴에 사무치도록 그리울 때가 있다.
이제는 아련해져 버린 그때의 사랑, 그날의 감정, 그 순간의 설렘을 오늘도 가슴에 묻고
그냥 그렇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그저 어린 시절 좋은 추억이라, 젊은 날의 열병이라 여기며 그렇게 또 하루를 흘려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