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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Jul 06. 2017

괜찮아, 내가 옆에 있어 줄게

한 어린아이가 구석에 혼자 웅크리고 앉아 있다.

정신없이 뛰어노는 친구들 사이에서 아무 말 없이 혼자만의 생각에 갇혀있다.


다가오는 친구들에게, 말을 거는 선생님들에게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인지 처음 보는 사람들에 대한 공포 때문인지

울음조차 참아가며 혼자 그 고통의 시간을 버텨내고 있다.     


나는 그냥 그렇게 그의 옆을 조용히 지켜주었다.
옆에 있는 나를 발견할 때까지


나는 조용히 그 아이에게 다가가 옆자리를 지켜주었다.

아주 오랜 시간,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그렇게

그 아이가 나를 잠깐이라도 바라봐 줄 때까지

그 아이가 나에게 작은 눈빛을 보내줄 때까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공포 속에서 나를 발견할 때까지

그리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나지막이 한마디를 건넨다.


괜찮아, 내가 옆에 있어 줄게


가끔은 나도 모르게 내 안의 자리 잡은 두려움이, 내 안의 오래된 아픈 기억이

너무 깊은 상처가 되어,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남아

내 주위를 둘러싸고 나를 작고 좁은 방안에 가둬 버릴 때가 있다.


앞으로 나아갈 작은 용기도, 주변을 둘러볼 조금의 여유도 없을 정도로

하지만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나를 향해 내밀어주는 따뜻한 손이 있다.

괜찮다 말해주는 작은 속삭임이 있다.


누군가 나에게, 내가 누군가에게
추운 겨울 따스한 작은 햇살이 되어주고 싶다.


넌 혼자가 아니라고, 네가 서있는 이 길에 내가 함께 서있다고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내가 그곳에 같이 앉아 있어 주겠다고

나에게 누군가가 그렇게, 또 내가 누군가에게 그렇게


헤어 나오지 못할 것 만 같은 긴 터널 속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만 같은 공포 속에서

칠흑 같은 어둠 속 한줄기 불빛과 같은, 추운 겨울 따스한 작은 햇살 같은

그런 사람이 나에게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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