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출장을 나가면 스페인의 각 주(한국의 도와 비슷한 개념) 축구협회를 방문할 일이 종종 있다. 국내 지자체와의 축구 관련 교류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까스띠야 이 레온(Castilla y Leon ; 스페인 17개 주 중 가장 큰 주)의 주 축구협회를 방문했다. 협회장인 마르셀리노 씨와 구띠에레스 사무총장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약 20여 명이 근무하는 이 곳 축구협회는 까스띠야 이 레온 주(이하 레온 주)의 9개 도시 축구협회를 관리하고 있다. 팀, 심판, 지도자, 선수 등록, 교육, 대표 선발, 리그, 축구 잡지, 대회 홍보, 진행 및 기타 축구행정 업무 모두 주 축구협회가 담당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건 관리하는 팀 및 선수들의 수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2,000개가 넘는 팀들을 관리하고 있으니 관리하는 선수들의 수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아울러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레온 주 축구의 보고이기도 하다. 레온 주 출신 유명 선수들의 사진을 비롯한 각종 트로피, 상장, 기타 다양한 역사적 자료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마르셀리노 협회장에 따르면, 최근에는 주의 각 도시에 신규로 만들어진 경기장 및 시설을 체크하고, 축구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업무가 주로 진행된다고 했다. 인터넷 홈페이지 관리를 통해 주민들이 축구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주 축구협회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왼쪽부터 레온주 전축구협회장, 수원시 전축구협회장, 나, 축구클럽 단장(과거사진)
산탄데르에 위치한 깐따브리아(Cantabria) 주 축구협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 경우는 업무상 방문이 아니었다. 산탄데르 시립축구학교장인 라우레아노 루이스 씨가 며칠 전 있었던 유소년 리그 경기에서 심판의 편파 판정에 대한 항의서를 제출하러 가는 길에 동행한 것이다. 항의서를 접수한 후, 라우레아노 루이스 씨의 친구인 협회장 알베르또 빌라르 멘디구치아 씨를 만났다.
짧은 만남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페인 축구와 관련된 일반적인 이야기부터 프리메라리가의 최근 이슈, 유소년 축구, 협회가 진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등등. 이들은 특히 풋살에 많은 관심이 있는 듯했다. (멘디구치아 씨는 스페인 풋살협회 회장직을 겸하고 있다.)
멘디구치아 씨는 과거자료까지 보여주면서 협회가 관리하는 내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 자료에 따르면, 깐따브리아주 축구협회는 지도자를 비롯하여, 심판, 감독관, 대의원, 모니터요원, 각 카테고리 팀 선수들에 이르기까지 11,265개의 라이센스를 발행하였으며, 풋살팀을 포함해서 한해 655개의 팀과 관련된 등록, 관리 업무를 관장하고 있었다. 일개 지역 축구협회가 담당하는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광범위하고 디테일한 업무들이었다
▲ 산탄데르 전 시립축구학교장 라우레아노 루이스 씨와 깐따브리아주 전 축구협회장 알베르또 빌라르(과거사진)
주 축구협회의 활동과 노력은 작은 부분에서도 느껴진다. 지역의 작은 유소년 리그에서 일어난 판정,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얼마나 작고 하찮은 일인가. 그런데 이에 대한 항의서를 접수하고 심사하는 업무까지 주 축구협회가 담당하고 있다. 접수하면서 귀찮은 내색을 하거나 특별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도 않다.
화려한 프리메라리가만이 스페인 축구의 강함을 대변해 주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스페인 축구의 강함은 작은 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각 지역 축구협회들의 이러한 노력으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놀랍고 부러운 한편, 정체를 알 수 없는 씁쓸함을 느낀 것은 왜일까?
참고로 스페인 17개 주의 축구협회 홈페이지 주소는 아래와 같다. 축구 행정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정도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