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축구 양강 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경기
발렌시아주의 한 유소년국제대회에 참가한 적 있다. 이때 다니(DANI)라는 19세 자원봉사자를 만났다. 지역 하부 리그의 축구선수로 활동하고 있던 그와 발렌시아 홈팀 경기를 같이 관람했다. 경기를 보면서 너무나 좋아하기에, 1부 리그 경기 현장을 처음 보냐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지방의 유소년 축구 출신이고 지금도 축구를 즐기지만, 1부 리그 경기를 보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스페인 사람일지라도 모든 사람들이 현장(경기장)에서 즐거움을 만끽하지는 못한다.
그는 현재 누리는 짜릿한 즐거움에 더하여 또 다른 꿈을 이야기했다. 바로 여자친구와 엘 클라시코, 그것도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경기를 현장에서 보는 것이다. 그에게 입장료를 물어보니 인터넷으로 확인한 가격을 알려주었다. 1인당 최소295유로(약40만원)!
그것도 좋은 자리는 아닐 것이다. 여자친구랑 보기 위해서는 최소 395유로(약53만원), 혹은 550유로(약73만원)의 입장료가 필요한 것이다. 2명이면 800유로(약 107만원)가 족히 넘는다. 3개월 정도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가능한 금액이라고 한다.
요즘 코로나 시대에 무관중, 혹은 소수의 관중만 입장하는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보는 즐거움이 새삼 귀중하게 느껴진다. 관중은 물론이고 축구 클럽 모두 그 소중함을 한층 더 깨닫는 때이다.
레알마드리드 구장(베르나베우)은 약 78,000명, FC 바르셀로나 구장(누 캄푸)은 약 98,000명의 관중이 입장할 수 있다. 입장료는 좌석과 상대팀(경기 종류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바다가 보이는 FC바르셀로나 구장 맨 위, 꼭대기 좌석이 50유로(약 6만6천원 )라면, 맨 아래 코 앞에서 메시 등 FC바르셀로나 선수를 볼 수 있는 좌석은 200(약27만원)~300(약40만원)유로다. 그것도 정액제 회원들이 선점하지 않은 자리를 구입해야 하니, 비싼 가격에도 그 좋은 좌석은 입장권을 구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진짜 비싼 좌석도 있다. 구단주 및 관계자들이 주로 찾는 VVIP 초청 좌석은 비용조차 알 수 없다. 초청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자리다.
나는 업무상, 그리고 운좋게 맨 위 좌석부터, 아래, 아래, 이런식으로 모든 구역 좌석을 경험했고, 축구 관계자를 통해 VVIP 초청 좌석도 이용해 보았다. 경기장 입장권을 양도하고 경기장 주변 바에서 팬들과 함께 화면을 보면서 관람해 본 적도 있다. 모두 장단점은 있다.
현장에서의 체험 중 특히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레알소시에다드 아노에타 경기장에서 벌어진, 베컴과 지단의 레알마드리드 대 레알소시에다드의 경기다. 경기에 너무 집중한 지단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웨이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아노에타 관중들이 일어나서 고개 숙인 지단의 퇴장을 박수로 격려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였다. 물론, 팬들과 떠들썩하게 고함치고 노래하는 장면도 생각난다. 소소한 감동을 들자면 끝이 없다.
얼마 전 TV 화면을 통해, 올해 리버플에서 처음으로 소수긴 하지만 유관중 경기가 치뤄진 장면을 접했다. 클롭감독의 울컥하는 모습과 팬들의 응원 소리,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를 느낀다. 무관중에 익숙해져 있지만 현장의 생생함을 통해 팬들과 선수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접하고 싶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선수들 경기력은 물론이고 각 구단(클럽)의 운영에 분명히 큰 타격이 있다. 과거에 구단에서 임원으로 있는 친구들은 연간회원권을 구입하여 연간 몇 경기(코파데레이, 라리가, 챔피언스리그 등)는 구장에 가서 본다고 자랑했다. 나 역시 업무상 몇 경기는 해외에서 지켜볼 수 있었을 텐데.... 포스트 코로나가 될지, 위드 코로나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현장을 접할 그 날을 기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