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도시, 침묵하는 지도

시즌 2-1: 해외기업과 지방의 역전

by 에르네스토
시즌2-1.png

서울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바깥 창에는 봄비가 부드럽게 내리고 있었다. 가늘지만 멈추지 않는 비.
이나라 대통령은 커피잔을 내려놓은 채 책상 위 두꺼운 보고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지방소멸 위험지역 심층 보고 – 2045년 국가 인구 기반 붕괴 예측 안」

그녀는 천천히 1페이지를 넘겼다.
정량 데이터가 아니라 지도였다.

대한민국 전역이 표시된 전자 지도 위로 빨간 점들이 깜빡이고 있었다.
강원 영월, 경북 군위, 전남 고흥, 충북 단양...
붉은 점은 곧 사라질 위기의 지역들이었다.
지도 속 대한민국은 ‘줄어들고’ 있었다.

정적을 깨며 실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통령님, 이건 단순한 인구 보고서가 아닙니다.
지방의 행정·경제 기반이 20년 내 구조적으로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이나라는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이 중에서 몇 곳은 10년 안에 학생 수 0명을 기록할 거라고 되어 있군요?”

“네, 이미 23개 군 단위 지역에서 신생아 수가 ‘0명’인 해가 보고됐습니다.”

“폐업보다 무서운 건 사라짐이야.”

이나라는 조용히 말했다.

정책의 비서실장이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의 대응은 주거, 문화, 청년몰 등 개별 테마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역에서 ‘고용’이 없다면, 유입은 없습니다.
우리가 유치해야 할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이나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잿빛 하늘 아래 서울의 건물들이 내려다보였다.

“우린 수도권만 보고 있었지.
그러는 사이 어떤 도시들은 멈추고 있었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녀는 창밖을 응시한 채 중얼거렸다.

“지도는 그대로인데, 사람은 없군요.”

(그 시각 – 충남 다산군)

세종에서 차로 2시간 거리.
다산군은 지도상으로는 존재했지만, ‘생활권’으로는 잊힌 지역이었다.

군청 민원실에선 형광등 불빛만 아득히 반짝이고 있었다.
윤정희 군수는 오전 보고를 마친 뒤, 책상 위에 놓인 편지를 다시 확인했다.

수신: 대통령 이나라
발신: 다산군 군수 윤정희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손 편지를 썼다.

“대통령님, 이곳은 버티는 것도 뉴스가 되지 않는 곳입니다.
청년은 떠났고, 학교는 닫혔으며, 마을은 조용합니다.
하지만 이곳에도 사람은 살아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나라 전체를 생각하신다면,
이 작은 군 하나의 침묵을 먼저 들어주십시오.”

그녀는 편지를 봉투에 넣고, 빨간 도장을 찍었다.
다산군에서 청와대까지, 우편으로는 하루. 정책으로는 얼마나 걸릴까.

(다시, 청와대)

그날 밤, 대통령의 침실 책상 위로 그 편지가 도착했다.
정중한 봉투에 담긴 손 편지.

이나라는 그 편지를 읽고는 고개를 들었다.
불 꺼진 방 안, 천천히 말을 꺼냈다.

“실장. 이번엔 기업을 유치하는 게 아니야.
우리가 구해야 할 건 지역 자체야.”

정책의 실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책은 다시 한번, 생존을 위한 싸움이 되었다.

화, 목 연재
이전 07화정책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