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보고서: 외국기업은 왜 망설이는가

시즌 2-3: 해외기업과 지방의 역전

by 에르네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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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외교특구 중심가에 위치한 고층 오피스타워 19층.
창밖으론 번쩍이는 오토바이 물결과 현대식 빌딩의 혼재가 보였다.

정책의 비서실장은 침착하게 넥타이를 고쳐 매며 회의실 문 앞에 섰다.
그의 손에는 ‘대한민국 지방 유치 전략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그가 이곳까지 온 이유는 단 하나.
한국계 글로벌 전자부품 기업 EASTECH의 신공장 입지를 한국 지방으로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이 회사의 2대 CEO, 리 차오위안.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유려한 영어와 감각적인 사업 감각을 지닌 차세대 글로벌 리더였다.

(회의실 – 첫 대면)

“Mr. Jung. You came in person. That’s rare.”

리 차오위안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탐색적이었다.

정책의는 짧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번엔 단순한 투자 제안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파트너십을 제안하러 왔습니다.”

리 차오위안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살짝 추켜올렸다.

“한국의 지방에 생존이란 단어를 쓰다니… 흥미롭네요.”

PT 발표 – 한국의 지방 현실

정책의는 브리핑을 시작했다.
슬라이드 첫 화면엔 소멸위험 지자체의 빨간 점들이 찍힌 한국 지도.
그 아래, 중소기업 생존율과 청년 이탈률, 지방대 취업률 통계가 빠르게 전개되었다.

“한국의 지방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곳이야말로 가장 높은 인센티브와 유연한 노동력이 있는 공간입니다.”

리 차오위안은 팔짱을 낀 채 물었다.

“사람이 떠나는 곳에 공장을 짓자는 겁니까?”

정책의는 한 템포 쉬고, 다음 슬라이드를 넘겼다.

전략 제안 – 다산군 기반 모델

“다산군을 시작으로, 정주 기반을 조건으로 한 유치형 생태계 모델을 만들고자 합니다.
기숙형 직업훈련학교, 지방대 연계 인력공급, 공공 인프라 개방, 주거비 보조, 본사-지자체 공동관리…”

리 차오위안이 손을 들었다.

“Mr. Jung. 투자란 건 감성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한국의 지방은 공급망이 약하고, 물류도 느리며, 정착하려는 직원이 없습니다.
거기엔 인센티브가 아니라… 이유가 없죠.”

정책의는 가방에서 손 편지를 꺼내 보여주었다.
바로 윤정희 군수가 대통령에게 보냈던 편지의 복사본이었다.

“이건 한 군수가 대통령께 보낸 편지입니다.
지방이 중앙에 보내는 마지막 외침이기도 하죠.
우리는 이걸, 사업 제안서로 바꾸려 합니다.”

리 차오위안은 잠시 말없이 편지를 바라보았다.
표정은 바뀌지 않았지만, 눈빛은 달라졌다.

(귀국 후 – 청와대 브리핑)

대한항공 귀국 비행기 안.
정책의는 노트북을 켜고 회의록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리 차오위안의 마지막 한 마디를 반복해서 떠올렸다.

“투자는 가능하지만, 설득은 기업이 아니라 그 지역 주민에게 하세요.
우린 돈을 넣을 수 있지만, 거기 살 사람은 당신들입니다.”

며칠 뒤 청와대 브리핑룸.
그는 이나라 대통령 앞에 보고서를 내밀었다.

「하노이 보고서」

· 외국기업 유치는 기술이 아니라 ‘삶의 조건’에 따라 좌우됨

· 지방유치의 핵심은 ‘삶터-일터’ 통합 모델

· 인프라 + 정주 + 인재 공급 + 생활 인센티브 → 유치 요건 4대 조건 제시

대통령은 조용히 말한다.

“이젠 우리가 설득당해야 할 차례인가요?”

정책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대통령님, 지금은 기업보다 먼저, 지방을 다시 설계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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