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군의 외침

시즌 2-2: 해외기업과 지방의 역전

by 에르네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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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다산군.
4월의 햇살이 마을 논두렁에 내리쬐고 있었지만, 공기는 쓸쓸했다.

다산읍의 중심 거리에는 상점보다 빈 점포가 더 많았다.
약국 옆 슈퍼마켓은 철제 셔터에 ‘임대문의’ 종이가 반쯤 찢겨 매달려 있었고,
그 건너편엔 폐교된 초등학교가 녹슨 철문을 지키고 있었다.

윤정희 군수는 군청 2층 군수실 창가에 서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짧게 묶은 머리카락과 재킷 위에 걸쳐진 회색 스카프.
그녀의 얼굴엔 피로보다 단호함이 더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군청 기획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군수님, 대통령비서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정책의 실장이… 다산군을 방문하겠다고 합니다.”

정희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물었다.
“청와대가 여길 다시 본다는 건가요, 아니면 그냥 형식적인 방문인가요?”

“글쎄요. 하지만… 대통령님이 직접 지시하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오후 2시 – 다산군청 도착)

정책의 실장이 블랙 세단에서 내렸다.
세련된 정장, 가죽 서류가방, 차가운 눈빛.
그의 등장에 공무원들은 잠시 긴장했지만, 윤 군수는 의자에 앉은 채로 고개만 끄덕였다.

“실장님. 다산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곳엔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은 없습니다.
있는 건… 지워진 지도 위, 아직 남은 사람들입니다.”

정책의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윤 군수님. 오늘 저는 정책을 들고 온 것이 아니라, 정책이 빠진 자리를 보러 왔습니다.”

그날 오후, 둘은 버스를 타고 군 외곽의 한 마을을 찾았다.
지난달 폐교된 초등학교. 졸업생은 단 1명이었다.

윤정희는 무너진 운동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운동장에 200명이 뛰어놀던 때가 있었죠.
지금은 야생화만 남았어요.
이런 곳에 투자하고 싶은 기업이 있을까요?”

정책의는 조용히 대답했다.

“어디든 기업이 가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머무는 곳에 기업이 갑니다.
여기가 사람을 지킬 수 있는 곳이라면, 방법은 있습니다.”

(군청 회의실 – 주민 간담회)

저녁 무렵, 군청 회의실엔 남은 상인, 젊은 농업인, 지역 청년, 어르신 등 15명이 모였다.

“저는 카페 겸 작업장을 하다가 닫았습니다.”
“제 아이는 이 지역을 떠나고 싶어 해요.”
“지방의 문제는 일자리가 아니라, 미래가 안 보이는 거예요.”

윤 군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께 편지를 썼습니다.
이 지역은 아직 살아있다고.
단지… 너무 오랫동안 ‘살아 있는 척’ 하며 버텼다고.”

정책의는 한 명 한 명의 발언을 적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입을 열었다.

“이 자리는 단순한 청취가 아닙니다.
오늘 여러분의 발언은 ‘다산형 정주 설계안’의 초안이 됩니다.
청년에게 돌아올 이유를 만들고, 기업에게 머물 이유를 줄 수 있는 기반 말입니다.”

(밤, 다산군청 옥상)

간담회를 마친 늦은 밤, 윤정희와 정책의는 군청 옥상에서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작은 불빛들이 곳곳에서 깜빡이고 있었다.

“실장님, 솔직히 말해요.
지방은 정치에선 언제나 뒷순위였죠.
선거 전에는 찾고, 예산 배정 땐 빠지고.”

정책의는 조용히 말했다.

“이번엔 아닙니다.
이번엔, ‘지방이 빠지면 국가가 무너진다’는 걸 대통령께서 먼저 말하셨습니다.”

정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럼… 이제 다시 지도를 펴볼 시간인가요?”

정책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산군 지도 한 장을 꺼내 펼쳤다.
지도 위, 그는 첫 줄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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