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발표

시즌 1: 폐업의 문턱

by 에르네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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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와대 대통령실 브리핑룸.
전국의 시선이 이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곧 대통령께서 직접 발표하신다고 합니다.”

기자들이 속속 자리를 메우는 사이, 전국 방송국은 모두 긴급 생중계 체제로 돌입했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폐업 지원책’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정책 구조 개편’을 직접 설명하는 이례적인 자리였다.

카메라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기자들의 손에는 노트북 대신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앱이 먼저 떠 있었다.

정장 차림의 이나라 대통령이 천천히 단상에 올랐다.
검은 정장 위로 노란 브로치 하나가 달려 있었는데, 그건 오래전 두리서와 함께 맞춘 ‘닭 모양 브로치’였다.

잠시 침묵.
그리고 그녀는 정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국민 여러분. 오늘 저는 ‘폐업’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바꾸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조용한 침묵. 모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문을 닫는다는 것은 패배가 아닙니다.
하나의 여정을 마치고, 다음 길을 준비하는 시작입니다.”

그녀는 단호히 말했다.

“저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을 발표합니다.”

화면 뒤로 슬라이드가 나타났다.
<자영업 연착륙 전환 정책> – 다섯 개의 굵직한 정책 항목이 정리되어 있었다.

· 조건부 채무 감면

· 전직 지원 연계형 생계 안전망

· 프랜차이즈 본사의 공동 책임 시스템

· 폐업 컨설팅 및 재창업 우선권

· 장기 상환과 이자 유예 프로그램

기자들 사이에서 속삭임이 퍼졌다.

“이건 정리해주는 정책이 아니라, 다시 붙잡게 해주는 정책이다.”

이나라는 마지막 문장을 천천히 말했다.

“우리는 이제, 실패를 용인하는 나라가 아니라, 재시작을 지원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정책 발표 직후, 방송국마다 패널들이 긴급 투입됐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는 단숨에 ‘다시 시작할 권리’가 올랐다.

온라인 댓글창은 수천 개의 반응으로 들끓었다.

· “엄마가 15년 하던 가게 이번 달에 접습니다. 고맙습니다, 대통령님.”

· “빚 때문에 죽고 싶다는 말 했던 동생... 이제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요.”

· “정치쇼라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이 정책 덕분에 폐업하고도 무릎 꿇지 않아도 됐어요.”

한편, 보수 언론은 반대로 날을 세웠다.

“무차별적 감면 정책, 국가 재정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나?”
“도덕적 해이 조장 가능성... 정책 설계 재검토 필요”

그러나 대통령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 대신, 각 부처별 후속 브리핑과 온라인 설명회를 통해 직접 국민에게 다가갔다.

며칠 후, 두리서는 하나치킨 종로점 앞에 새로 단 공지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업종료 안내”라는 글자 아래엔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

“다음에 더 나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겠습니다.
– 두리서 드림.”

그녀는 치킨집 간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제 진짜로 끝낼 수 있겠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겠어.”

곁에서 정책의 실장이 조용히 말했다.

“사장님, 꼭 다시 돌아오세요. 이번엔 손해 없이.”

두리서는 웃었다.

“아뇨. 이번엔 이익도 손해도 아닌, 내가 나로 살 수 있는 일부터 해보려구요.”

국회는 정책 발표 후 열흘 만에 긴급 본회의를 열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찬성, 국민당 일부는 유보 의견을 냈지만, 극우 보수 성향의 한 당은 강력히 반대했다.

그러나 2030 청년 창업자 단체, 자영업자 협회, 그리고 중소상공인연합회가 한목소리로 정책 지지 선언을 내며,
결국 1차 예산안이 통과되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나라 대통령의 연설 영상이 다시 상영될 때, 국회의원 일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날 밤, 대통령 관저.
이나라는 조용히 서재에 앉아 브리핑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두리서의 가게 앞 사진이 한 장 놓여 있었다.

‘다시 시작할 권리’라는 문구 아래, 가게 문을 닫고 활짝 웃고 있는 두리서.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 나라의 정책이… 사람의 이름처럼 따뜻해질 수 있다면,
그게 진짜 ‘정치의 신’이지.”


[끝 – 시즌 1: 폐업의 문턱]

[다음 시즌 예고] 시즌 2: 해외기업과 지방의 역전 – 지방소멸과 고용 절벽을 넘는 전략적 유치전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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