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유치, 전략적 입지

시즌 2-4: 해외기업과 지방의 역전

by 에르네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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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가전략회의실.

이나라 대통령은 회의실 중앙의 원형 테이블에 앉아 국가 주요 부처장관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녀 앞에는 단 네 글자가 적힌 회의 안건이 있었다.

“지방 역전 전략”

산업부, 행안부, 국토부, 교육부, 기재부 장관들이 조심스럽게 발언을 이어갔다.

“대통령님, 해외 기업 유치는 긍정적입니다만, 지자체 간 경쟁이 이미 과열 양상입니다.”
“인프라나 재정이 부족한 지역은 역차별을 받을 수 있습니다.”
“투자 기업이 빠져나가면 또다시 빈 땅만 남을 수도 있습니다.”

이나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유치 기준을 재설계해야 합니다.
‘가는 기업’이 아닌, ‘머무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 말입니다.”

대통령의 선언 – 전략적 조건부 유치

그날 오후, 대통령은 직접 발표에 나섰다.
‘지방소멸 대응과 전략적 기업 유치계획’이라는 제목 아래, 다섯 가지 핵심 조건이 공개되었다.

《5대 유치 조건》

첫째, 정주 기반 확충 우선 조건 – 교육, 보육, 의료, 교통 인프라 필수 확보

둘째, 인재 순환 시스템 구축 – 지방대·특성화고 연계 인력 공급 협약

세쩨, 생활 인센티브 제공 의무화 – 이주 근로자·가족에 주거 및 문화비 보조

넷째, 지자체-기업 공동 투자 모델 – 공공재정 단독지원 금지

다섯째, 지역 참여율 반영 – 지역주민 협의체 구성 및 동의 프로세스 확보

“기업은 조건을 보고 오지만, 지역은 사람을 보고 남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전국의 시청자들은 침묵한 채 방송을 지켜보았다.

정책의의 전국 조율


며칠 뒤, 정책의 비서실장은 17개 광역지자체와 30여 개 기초지자체와의 ‘전략적 입지 회의’를 시작했다.
화상 회의 화면에는 ‘기업을 유치하겠습니다!’라는 각종 슬로건이 나붙은 지자체장이 등장했다.

“우리 시는 정주 인프라 최고 수준입니다!”
“우리 군은 토지를 무상 제공하고, 행정 전담팀을 꾸렸습니다.”
“우리 지역은 해외 한인 교포 네트워크가 강점입니다.”

회의가 길어지며 혼란이 커졌다.
지자체별 전략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변하면서 경쟁이 아닌 입찰 시장처럼 변질되기 시작했다.

정책의의 개입

회의가 끝나자마자, 정책의는 내부 브리핑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상황은 ‘유치 전쟁’이 아니라 ‘혼란 전쟁’입니다.
기업도 지역도 공공재처럼 다루려 하면, 실패합니다.”


그는 각 부처에 다음을 지시했다.

지자체별 표준 정주지수 개발

입지 점수 기준 공개 및 점수제 도입

시범 지역 5곳 지정 후 ‘균형벨트 모델’ 적용

민간 투자 위원회 참여 확정

(다산군의 반응)

다산군청. 윤정희 군수는 브리핑 자료를 받아들고 침묵에 잠겼다.
회의실엔 기획팀장과 청년정책 담당이 함께 있었다.

“군수님, 우리가 시범 지역 5곳 안에 들 수 있을까요?”

윤정희는 창밖을 내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우린 돈이 없어요. 하지만 사람은 있어요.
그들이 머무르고 싶게 만드는 게… 우리 전략입니다.”

그녀는 직접 SNS에 글을 썼다.

“다산군은 ‘정주 준비도’를 최우선으로 갖추겠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건 예산이 아니라 시간입니다.”

(대통령의 사적 대화)

그날 밤, 이나라 대통령은 관저 회의실에서 정책의와 단둘이 앉아 늦은 보고를 받고 있었다.
책상엔 윤정희 군수의 글이 인쇄된 종이가 놓여 있었다.

“정책의. 지방이 정말 바뀔 수 있을까?”

그는 조용히 답했다.

“바뀌는 건 지역이 아니라 조건입니다.
이제 우리가 선택할 수 있죠.
‘쏟아붓는 정부’가 될지, ‘설계하는 정부’가 될지.”

이나라는 웃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우린 설계자가 되자.
이번엔, 지도에 선을 긋는 게 아니라 삶을 그리는 방식으로.”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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