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의 식탁

정책의 신 – 시즌 4-1: 공존의 조건

by 에르네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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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비 내린 저녁의 풍경은 언제나 묘한 낯섦과 친숙함을 동시에 품는다. 골목마다 흘러나오는 언어는 국적을 가늠할 수 없고, 사람들의 표정은 여행자도 이방인도 아닌, 그냥 ‘여기’의 일부였다.

이나라 대통령은 검은 정장을 입은 채 조용히 골목 안쪽 레스토랑 문을 밀었다. ‘페드로 이탤리안 다이닝’—이름에서조차 국경을 넘은 듯한 그 가게는 대학 시절 친구 페드로한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이나라. 대통령이 돼서도 이런 데를 다 와주네?”

페드로한은 예나 지금이나 덩치 좋은 웃음으로 그녀를 맞았다. 그의 눈매는 여전히 따뜻했다. 이나라 대통령은 가볍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다시 보니 참 좋다. 그런데 이 식당, 다 외국인 직원이네?”

페드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 안쪽을 가리켰다. 인도에서 온 주방장, 네팔에서 온 서버, 몽골 출신 아르바이트생까지. “요즘 한국 젊은이들? 이런 일 안 해. 사람 못 구해서 처음엔 미치겠더라. 이 친구들이 없었으면 나 망했어.”

이나라는 조용히 포크를 내려놓았다. “청년들은 취업이 어렵다며 국회 앞에서 시위도 해. 그런데 막상 자영업자들은 인력 구하기가 어렵다 하지. 뭐가 잘못된 걸까?”

“그걸 내가 알면 여긴 대통령이 아니라 내가 앉아 있어야지.” 페드로가 웃었지만, 이나라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때, 네팔 출신 서버가 수줍게 와인을 따르며 머뭇거렸다. “대통령… 만나 영광입니다.”

이나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일한 지 얼마나 됐어요?”

“이 년… 가족… 한국에 보내고 싶어요. 하지만… 비자, 힘들어요.”

그 짧은 문장 안에 복잡한 구조의 제도가, 제도의 그늘 속 사람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이나라 대통령은 혼잣말처럼 말했다.

“정책은 책상에서만 만들면 안 돼. 여기서부터 시작해야지.”

그리고 그녀는 곧장 청와대로 복귀하자마자 정책실장을 불렀다.

“우린 지금, 한국 안에 또 하나의 한국을 만들고 있어요. 외국인과 함께 사는 나라. 하지만 제도는 아직 거기까지 못 왔어요. 실장님, 지금부터 시작해요. 진짜 ‘공존’을 위한 정책을.”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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