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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OB Kim Sep 01. 2016

경험에서 나오는 권위의 힘을 느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느끼는 경험의 함정


경험에서 나오는 권위의 힘을 느꼈습니다.

한 학생이 스타트업과 대학생을 연결시켜주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이수하며 그간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가볍게 던진 말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꺼름직 함을 느꼈다. '권위'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가 '스타트업'과는 상반되는 속성을 가졌기 때문에 그랬었던 것 같다.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자유로운 의견이 오가는 업무 분위기를 기대한 학생에게 스타트업의 실제 모습은 전혀 달랐던 모양이다. 혹은 그 학생이 곧 서비스를 런칭하며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점으로 미루어보아 스타트업 기업과 학생 간에 서로가 기대한 역할이 달랐을 수도 있다. 이유가 어쨌든간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스타트업의 의사소통은 자유분방하지 않다.  


내가 해봐서 다 알아


스타트업에서는 오히려 조직유연성의 역효과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불확실성이라는 특성에 기인한다. 누구도 확실한 정답을 알고있지 않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경험이 많은 사람들의 말에 힘이 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곳은 더더욱 그렇다. 자신의 생각과 믿음에 근거한 가치판단이 많을 수 밖에 없는만큼 대표와 직원간, 혹은 공동창업자간 의견을 좁히기가 어려운 것이다.


특히나 대학생, 청년창업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에서 단순히 조금 더 일찍 해봤다는 이유 만으로 또래 직원의 의견을 무시한체 정말 부하직원 부리듯이 대하는 모습은 마치 X 묻은 개가 벼 묻은 개 나무라는 것과 같다. 충분히 깊게 고민하고 노력해서 얻은 결과라면 당연히 경험의 의미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개의 스타트업 중 3개가 살아남고 그 중 1개만 소위 '성공 지표'를 달성하는 것을 고려하면 남들을 무시할 만큼의 통찰력있는 경험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느껴질 것이다. 얼마나 깊게 고민하여 최선을 다해 실행에 옮겼는지에 대한 판단은 스스로만 알고 있다. 인고의 노력없이 얻은 경험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멘토링의 함정


물론, 업계에서 산전수전 다양한 경험을 겪어본 사람들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직감적으로 방법을 찾아내는 능력이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험에서 나오는 직감이므로 조심해야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외부 컨설팅이나 멘토링도 신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 조언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비즈니스와 조직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조언은 경험에서 나오는 일반적인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마치 사업을 해보지도 않은 부모님이 "사업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야..."라는 말로 시작하여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를 절대적인 답으로 생각하기 보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여러 대안 중 '하나의 선택지'로 받아들이거나 전체적인 방향성을 잡을 수 있는 넓은 범위의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다. 결국 스타트업의 디테일과 의사결정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불확실성은 스타트업의 본질 중 하나이며 끊임없이 극복해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경험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며, 완전히 없앨 수 있는 개념도 아니다. 조직 구성원들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그 예측가능성을 높여가는 일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매 순간 치열한 고민을 통해서 스타트업 스스로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모르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모름을 인정하고 서로 배우고 검증하려는 자세를 갖을 때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 젋은 꼰대는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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