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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외국계 기업을 가야 하는 이유

by 친절한 알렉스

IMF 시절을 이겨낸 저력의 나라. 세계에서 반도체 생산력이 가장 우수한 나라. 국민들의 자유 지수가 높아 마음대로 정치인들을 욕하고 대통령 까지도 얼마든지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민주적인 나라. 세계 자유지수가 2등급인 나라.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경제력 10위권의 기적 같은 나라. 대한민국.


필자의 부모님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모든 어르신들은 격동의 세월을 살았다. 전쟁 폐허에서 태어나 먹을 쌀 한 줌 없는 시절을 경험한 우리 부모 세대들은 그야말로 '몸 하나로' 모든 것을 이루었다. 근면성과 성실성 하나로 중동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의 능력을 보여주었고, 독자적인 기술로 자동차도 만들어냈다. 조선소는 커녕 제대로 된 철 가공 공장 하나 없던 가난한 나라가 영국과 미국, 일본을 넘어 전 세계 최고의 조선 생산력을 가지게 되었다. 불과 50년 전 남의 나라에서 개발한 라디오, TV 용 기판에 납땜 일을 하청 받아해 주던 나라에서, 이제는 전 세계에서 핸드폰, TV, 가전, 그리고 거기에 필요한 '산업의 쌀' 반도체를 가장 잘 만드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2025년 6월 현재, 대한민국이 심상치 않다. 모든 지표가 좋지 않다. 경제 성장률이 1% 대까지 추락했다. 건설경기 장기 침체로 건설업체 200곳이 문을 닫았다. 반도체 수출은 점점 둔화 추세를 보이고, K배터리의 시장 점유율 마저 줄어들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도대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가운데, 이란과 이스라엘이 또 새로운 싸움을 시작할 판이다. 나라 안팎이 모두 어수선한 가운데 중소기업 들과 동네 상권은 그야말로 '폭망'이다. 소비가 줄고, 4~50대 가장들은 빚을 갚기 바쁘다. 2~30대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없어지고, 그마저 있던 일자리 들은 외국인들의 몫이 되었다. 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2명을 기록했다. 국민들은 1번과 2번으로 완전히 갈라져 양극화가 되었고, 이제는 양 당의 지지자들 간에 원만하고 상식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까지 이르렀다.


비관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을 것만 같다. 대학교 졸업, 안정된 직장, 내 집 마련, 노후 준비... 이제 이런 일련의 '인생 프로세스'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초등학교의 절반이 없어질 수도 있고, 한평생을 몸 바쳐 일했던 직장은 당장 내년을 기약할 수 없다. 부동산도 양극화되어 이젠 정말 좋은 입지의 동네가 아니라면, '내 집 한 채 = 안정된 노후'라는 공식도 깨졌다. 내일 당장 회사가 파업을 하고, 내년에 나의 일자리를 보장 받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는 이제 '각자도생의 시대'로 완전히 접어들었다. 예전 90년대에 취업을 했던 선배들의 시대에는 마음만 먹는다면 어떻게든 먹고는 살았다. 2000년대 들어 지금의 40대들이 취업을 했던 시기만 해도 중소기업에 가서도 열심히 저축하고, 청약 넣고, 결혼하고 가정을 잘 꾸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중소기업도 쉽지 않다. 중소 기업에서 높아진 신입사원 인건비를 맞춰 우수한 인재를 뽑기에는 부담스럽고, 꽤 괜찮은 보수로 뽑는다 한들, 신입 사원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한다. "할거 없으면 공무원 시험이나 쳐라." 같은 말을 잘못했다가는 이젠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할 수도 있을 만큼 공무원의 사회적 진입장벽도 높아졌다. 이제 어떤 일자리도 쉽게 창출되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고 또 돈을 어느 정도 벌 수 있는 좋은 직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개개인의 능력과 자본과 운을 모두 동원하여 먹고살 길을 알아서 찾아야 한다. 지금 30대 젊은이들이 60세가 되었을 때 나라에 연금을 줄 돈이 남아 있을까? 난 믿지 않는다. 설령 나라에서 돈을 준다고 해도 미리 대비를 해야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부동산도 아니고, 안정된 직장도 아니다. 전 세계 어딘가에 내놔도 알아서 먹고살 수 있는 '각자 도생력'이다. 쉽게 말하면, 낚시대를 이용하여 물고기 낚을수 있는 자생력을 말한다. 한국에서도 할 수 있고, 두바이에 가서도 할 수 있고, 캐나다에 가서도 할 수 있는 일 말이다. 사실 이렇게 각자도생을 위해 가장 좋은 직업은 기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배관, 용접, 페인트칠, 미장, 중장비운전 등 세계 어느 곳에 가서도 기술로 먹고살 수 있다. 그러나 요즘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을 배우라고 추천 했다가는 '꼰대' 소리 듣기에 딱 좋다. 그래서 한국에 위치한 외국계 기업에서 일을 하는 것은 흙수저로 태어난 사람이 도생력을 키우기 좋은, 아니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외국계 기업이 각자 도생에 좋은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외국계 기업이 가진 '시스템'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면 입사와 동시에 선진화된 시스템의 생태계 안에서 Play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좋은 대학을 나온 이들이 처음 갖게 되는 전통적인 일자리의 1순위는 '관리직'이었다. 정부의 일을 집행하든, 민간 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소기업이든 성적순으로 상위 자리에 앉아 밑에 사람이나 밑의 회사를 관리하는 관리직, 한마디로 '갑'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 이제 이런 직종은 경쟁력을 잃기 쉽다. 도생력을 기르기에 좋지 않은 직업이 바로 관리직이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기업에는 관리직이 많지 않다. (있다 하더라도 개개인의 정량적 성과를 요구한다.) 외국계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는 어떤 특정 자리에서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역량을 갖추고 그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역량은 한국을 벗어나 어느 나라로 가든, 그들이 원하는 포지션의 요구사항과 정확히 일치한다. (단, 의사소통의 장벽을 해결해야 한다.)


외국계 기업이 각자 도생에 좋은 두 번째 이유는 '글로벌 네트워크' 다. 앞으로 우리의 젊은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한 네트워크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제 안정적인 직장을 구해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서 대한민국에서만 살아가는 생각의 틀을 깨 보자. 해외에는 더 많은 일거리와,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배움의 기회가 널려있다. 모든 외국계 기업은 타국에 본사가 별도로 있다. 여기에는 직간접적으로 업무를 함께 해야 하는 동료나 고객이 있다. 전화 통화도 하고, 이메일도 주고받고,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 같은 SNS 채널을 활용하여 그들과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필자의 경우 가족과 해외여행을 갈때, 그 나라가 어느 나라든 연락할 친구가 있다. 하루 정도는 이들과 만나 함께 가족식사를 하며 그동안 못한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은 다른 나라의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접촉하고 인사를 나눌 기회가 주어진다. 이 네트워크는 생각보다 더 막강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나라도 비즈니스에서 '인맥'을 가장 중요시한다. 새로 사람을 뽑건, 일자리에 필요한 사람을 추천을 받건, 일을 맡기건, 주변에 누가 사업을 하건, 서로 새로운 소식을 공유하고 어떤 사람이 검증된 사람인지, 믿을만한 사람인지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정보력과 인맥이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인맥으로 결정된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며 외국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고 새로운 소식을 접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잘 쌓는다면, 전 세계 어디 가서도 밥 굶을 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계 기업이 각자 도생에 좋은 세 번째 이유는 '자녀 교육'이다. 이는 위의 글로벌 네트워크 와도 연관이 되어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다. 직업의 귀천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아빠와 엄마는 회사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따라서 부모가 무슨 일을 하는가의 문제는 아이들의 교육과 가치관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영어로 미국의 본사와 긴급한 통화를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때 마다 우리 엄마아빠가 대단하다고 느낄 것이다. 해외로 출장을 다니며 이것저것 보고 들은 것을 주제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아빠 엄마가 다니는 회사의 로고를 보여주면 아이들은 외국에 여행을 가거나 인터넷을 하다가도 엄마아빠의 회사의 로고를 볼 때마다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외국 출장이나 학회, 세미나, 전시회 등에서 일어나는 소식들을 공유해 주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부모의 글로벌 마인드를 보고 듣고 배울 것이다. 이제 우리 젊은이들은 물론, 그들의 자녀들은 더욱더 해외를 돌아다니며 일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안정적이고 수입이 괜찮은 일들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경쟁자들이 곧 죽어도 대기업, 곧 죽어도 공기업을 외칠 때, 조금만 시야를 돌려 외국계 기업을 찾아보자. 나는 우리나라의 더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머물지 말고 해외로 나가 더 큰 날개를 펼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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